[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진 18일 베이징 신흥 상업 중심지인 왕징(望京) '인펑(銀峰) 소호(SOHO)' . 영하 5도의 쌀쌀한 날씨속에 이날도 지하철 15호선 왕징 동(東)역에서 내려 소호로 향하는 직장인들의 출근 행렬이 푸안루(阜安路) 인도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왕징 소호'였다가 나중에 '인펑 소호'로 이름을 바꾼 왕징의 명물 소호 빌딩은 외국인이 설계한 기하학적인 건물 형상이 특징으로, 2011년 완공 입주 후 하루 아침에 왕징 부동산 시장의 판도를 바꿔 놨다. 소호 일대는 궈마오(國貿) CBD(중심상업구역) 처럼 핵심 상업지역으로 탈바꿈했고 고수입층 주거 밀집지역이 됐다.
인펑 소호는 특히 베이징의 왕징 부근 아파트를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으로 만들어 놨다. 이곳은 TV 멜러드라마의 부자들이 사는 곳으로 묘사됐고, 실제 왕페이(王菲)를 비롯해 많은 스타 연예인들이 너도 나도 경쟁적으로 이곳 왕징 일원의 아파트를 사들였다.
하지만 베이징 부동산 시장은 지난 2016년~2017년 초 정점을 찍은 후 하락세로 반전됐으며 최근들어 낙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 6% 성장률 달성을 우려할 정도로 경기가 급랭하고 있는 가운데 요즘 중국 부동산 시장엔 초 겨울 날씨 만큼이나 차가운 한파가 들이닥쳤다.
"하반기 들어 왕징 일대 아파트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어요"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지난 2011년 중국 베이징 왕징에 들어선 소호(SOHO) 빌딩. 소호 건물 입주 후 왕징 일대 아파트 값이 폭등했다가 요즘 거품이 꺼질 기미가 보이고 있다. 2019.11.19 chk@newspim.com |
초록색 간판이 눈길을 끄는 소호 빌딩 인근 푸안시루(阜安西路)의 부동산 체인점 롄자(鏈家) 직원 왕씨는 "중개 사무실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졌다"며 "1년 전만해도 집주인이 부르는게 값이었는데 지금은 매입자가 원하는 가격이 아니면 거래가 안된다"고 최근 시장 상황을 설명했다.
베이징 등 중국의 주요 도시에는 2016년~2017년 초까지 부동산 광풍이 몰아쳤다. 말 그대로 집값이 미친 듯이 치솟았다. 2014년 제곱미터(㎡)당 4만(약 680만원)~5만위안 이던 소호 인근의 보성원 아파트는 2016년 9만위안(약 1500만원)으로 두배 이상 껑충뛰었다. 롄자 부동산 왕씨의 동료인 문씨는 "2016년 폭등 당시 한해에만 두배가 오른 아파트도 있다"고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베이징 부동산은 뚜렷한 하락장입니다. 2017년 엄청 쎈 '산야오치(3.17) 부동산 규제책'이 나온 후 광풍이 잠잠해지더니 최근에 와서는 뚜렷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어요".
롄자 부동산 왕씨의 설명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왕페이가 매입해서 뉴스가 되고 한국인들도 많이 사는 왕징의 대서양 아파트 가격도 큰 폭으로 떨어지는 추세다.
유력 인터넷 매체인 제몐(界面)은 18일 이곳 대서양(大西洋) 아파트가 2017년 3월~6 월 ㎡당 10만 위안(약 1700만 원, 평당 약 5100만 원)까지 치솟았다가 현재는 8만위안(약 1300만 원)으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왕페이가 매입한 대서양의 초대형 200 ㎡ 짜리 아파트 가격은 한창때에 비해 무려 400만위안(7억원)이나 떨어졌다.
이 보다 위치가 나쁜 왕징 시위안(西園)의 우리 33평에 해당하는 100 평방미터 짜리 아파트 값도 연초 750만 위안(약 13억원)에서 현재 650 위안으로 떨어졌다. 그마저도 거래가 뚝 끊겼다는게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왕징 신흥 상업구역에 세워진 알리바바 오피스 빌딩. 2019.11.19 chk@newspim.com |
집값 하락세는 베이징의 다른 지역도 대체로 마찬가지로 연초에 비해 실거래가 기준 10~20% 정도 내렸다. 차오양(朝陽)구의 또다른 번화가인 칭넨(靑年)로 부근의 연초 900만 위안(약 15억 원) 하던 아파트는 채 1년도 안돼 800만 위안으로 떨어졌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최근 발표한 10월 70개 도시 집값 통계에 따르면 베이징 기존 주택 가격은 전월비 0.6% 하락세를 나타냈다. 산둥성의 지난과 산시성의 시안도 0.7% 하락세를 보였지만 상하이와 선전 광저우 등 4대 일선 도시중에서는 수도 베이징 집값 하락폭이 가장 컸다.
베이징 집값 하락폭이 가장 컸던 이유는 무엇보다 주택 대출 등 규제가 전국에서 가장 엄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베이징은 지난 2017년 '산야오치' 규제조치로 최초 구매자가 아닌 사람의 은행 대출을 20~30%로 묶어, 자기 돈 80%가 있어야만 집을 살 수 있게 했다. 이후 매매가 뚝 끊겼고 이자부담 때문 급매물이 나오면서 집값 하락세가 도시 전역으로 확산됐다.
부동산 개발기업 SOHO 제국 창업자 판스이(潘石屹) 회장이 핵심 부동산 자산을 처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홍콩 재벌 리카싱도 계속 중화권 부동산을 처분해 주목을 끌었다. 일각에선 현재의 부동산 침체가 거품 붕괴와 중국 경제 경착륙의 시그널이 아닌지 우려한다. 부동산 광풍은 잡았지만 이번엔 차갑게 식은 경기가 걱정이다. 그렇다고 구조개혁이 다급한 중국이 다시 부동산을 경제부양의 구원투수로 앞세울 수도 없는 노릇. 중국 경제호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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