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 '반대'로 신정법 개정안 좌초
'금융혁신' 마중물 기대 속 국내 금융산업 퇴보 우려 지적도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제4차 산업혁명의 '석유'라 불리는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한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결국 좌초됐다. 기통과한 인터넷전문은행법·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과 함께 '금융혁신'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만큼 국내 금융산업의 퇴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5일 법안심사 소위를 열고 신정법 통과 여부를 논의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국 합의에 실패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2019.11.21 kilroy023@newspim.com |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신정법은 데이터 활용을 높이면서도 개인정보 보호는 한층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금융당국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마이데이터' 등 금융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해 여당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법안이다.
흩어진 신용정보를 통합한 마이데이터를 도입해 소비자 맞춤형 금융상품을 추천하고 비금융정보에 기반한 전문신용평가사(CB)를 신설해 금융소외 계층의 신용평점을 올리는 등의 내용이 핵심이다.
이날 법안소위에서는 여야 모두 법안 통과에 찬성했으나 개인정보 비식별 처리에 대한 불신을 주장한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의 반대가 발목을 잡았다. 법안심사는 합의제라 단 한 명의 의원이라도 반대할 경우 통과가 불가하다.
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회가 국민 동의나 엄격한 보호장치 없이 신정법을 통과시키려 하는 것은 헌법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며 "익명이든 가명이든 개인 동의 없이 정보를 취득 및 가공하는 것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개인정보를 비식별 처리해 제공한다고 해도 퍼즐처럼 조합할 경우 결국 누구의 정보인지 특정할 수 있다는 것이 지 의원의 논지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업권을 중심으로는 금융산업의 경쟁과 혁신 속도가 더뎌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금융산업에서 데이터는 미래의 먹거리로 불린다. 때문에 이미 미국 등 주요국들은 익명처리된 비식별 정보를 모두 보호대상에서 제외하고 민감한 정보가 아닐 경우 모두 정보를 활용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둘러싼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함인데 한국은 이번 신정법 개정안 불발로 데이터 산업 후진국 신세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개인정보 규제를 풀고 신산업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우리는 1년 넘게 국회 문턱에서 좌절하고 있다"며 "정치가 신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현 상황이 개탄스럽기만 하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이 역점 추진하고 있는 '마이데이터 산업'이 표류할 우려도 높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개인의 신용도·소비패턴을 데이터로 만들어 맞춤형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것인데 신정법이 통과가 되지 않은 만큼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18일 신정법 통과를 기대하며 부위원장 직속의 '금융공공데이터담당관'을 신설하기로 했다. 법 통과 후 마이데이터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기 위함이었다.
한편 정무위 법안소위는 이날 신정법을 제외한 인뱅법, 금소법 등 41건의 법안을 전체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신정법은 향후 여야 간사 간 합의를 통해 처리가 논의될 예정이지만 현재로서는 통과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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