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재개발사업 과정에서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설계안을 폐기한 후 새로운 설계안을 만들어 인가를 다시 받는 '혁신설계'가 시공사 선정단계에선 불법이란 유권해석이 나왔다.
시공자 선정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들이 혁신설계안을 제시하는 것은 불필요한 수주과열을 초래하며 서울시가 제정한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 위반사항이라는 게 시의 판단이다. 다만 설계 변경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시공사를 선정한 후 조합과 시공사가 새로운 설계안을 제시할 수는 있도록 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이같은 판단으로 인해 사업시행인가용 설계안 대신 새로운 설계안을 마련하는 그동안의 재개발·재건축사업의 '관행'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김성보 서울시 주택기획관은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한남3구역 현장점검'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시는 사업시행 인가 설계안의 10% 이내 경미한 변경 즉 '대안설계'만 인정하고 있으며 사업시행인가를 다시 받아야하는 혁신설계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시공자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들이 내놓고 있는 혁신설계는 지난해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에서 위법으로 간주한 '특화설계'의 이름을 바꾼 것일 뿐 똑같은 행위다. 김성보 주택기획관은 "금지한 행위를 이름만 바꿔 다시 내놓은 셈"이라며 "시는 경미한 변경만 인정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한남3구역 혁신설계안 조감도 [자료=현대건설] 2019.11.26 donglee@newspim.com |
서울시는 올 초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설계안을 수정할 땐 전체 사업비 10% 이내의 경미한 변경만 허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사실상 기존 설계안을 폐기하고 새로운 설계안을 만들어 인가를 다시 받는 혁신설계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만 시공자 선정 이후 설계안을 다시 마련하는 것은 일부 허용한다는 게 서울시의 방침이다. 혁신설계를 허용하지 않을 경우 정비사업 단지들의 획일적인 설계안이 마련돼 결국 주민들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시공자 선정 이전 조합이 단독으로 추진하는 설계안은 법적 요소만 고려해 작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서울시에서는 시가 고려하는 스카이라인에 치우친 설계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 이에 따라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설계안이 조합원들의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다시 바꾸는 것은 자연스런 시장의 흐름이란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를 막을 시 자유경쟁을 해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공자 선정을 위해 혁신설계안을 제시하는 것은 시공자 선정기준 위반 사항이라 단속 대상이 된다"며 "하지만 필요하다면 시공자 선정 이후 혁신설계안을 제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이같은 방침에 따라 혁신설계는 점차 입지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마음 먹기'에 따라 사업시행 변경인가가 나지 않을 수 있어서다. 특히 서울시가 추진한 현상설계로 설계안이 마련된 한남3구역과 잠실주공5단지 등은 사실상 혁신설계가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실제 시공을 맡는 건설사 없이 마련된 설계안은 건축전에나 나올 이상적인 것이 아니면 법적 요소만 딱딱 맞춘 설계안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주택단지 설계안의 자유 경쟁을 해칠 수 있으며 주택산업 발전에 장애가 되는 부작용도 예상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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