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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의 4차혁명 오딧세이] 구름과 번개 그리고 인공지능 반도체

기사입력 : 2019년12월02일 08:00

최종수정 : 2019년12월02일 08:00

[편집자] 4차 산업혁명은 모든 사물과 인간을 연결하여 빅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이용하여 인공지능으로 학습해, 결국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를 말한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산업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정치 등 전 분야에 걸쳐서 막대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글로벌뉴스통신사 뉴스핌은 '김정호의 4차혁명 오딧세이' 칼럼을 매주 연재하며 4차 산업혁명의 본질과 영향, 그리고 전망을 독자들에게 쉽게 소개하고자 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바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표현할 수 있으며 그 핵심 부품이 반도체이다. 이들 핵심 기술의 개념과 원리, 응용을 설명하여 일반 독자들이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 공감하고 이해하며 더 나아가 개인과 기업, 국가의 미래를 계획하는 것을 돕고자 한다.

김정호 카이스트(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는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AI대학원 겸임교수, IEEE펠로우, 카이스트 ICT석좌교수, 한화 국방 인공지능 융합연구 센터장, 삼성전자 산학협력센터장 등을 겸하고 있다.

구름과 클라우드 시스템

하늘에는 구름이 떠 있다. 특히 가을 초에는 구름이 하늘하늘 높다. 이제 겨울이 오니 하늘이 어둡고 흐리다. 구름은 수증기 덩어리이고 우리에게 비를 뿌려주고 태양을 가려준다. 가끔 비행기를 타고 이륙 후에 높이 상승하면 우리는 구름 위를 날아가게 된다.

김정호 교수

그때 구름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다. 또는 높은 산에 올라가면 산 아래 걸쳐진 구름도 본다. 항상 우리는 땅을 보고 살아가지만, 머리 위에는 구름이 있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지만, 우리 머리 위에 하늘에 항상 떠 있는 또 다른 구름이 있다. 그 구름을 클라우드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4차 산업혁명을 설명할 때 인공지능(AI), 빅데이터(Big Data), 클라우드(Cloud)를 세 가지 핵심 요소로, 간단히 ABC라고 부른다.

클라우드 시스템은 데이터센터를 포함하는 핵심 인프라가 된다. 클라우드 시스템은 인터넷을 통해 가상화된 컴퓨터 자원을 제공한다. 그래서 클라우드 시스템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우리가 편리하게 인터넷을 사용하고, 데이터를 저장하고, 인공지능 서비스를 받는다.

여기서 컴퓨터 자원으로 메모리 반도체로 대표되는 데이터 저장 장치, 유무선 네트워크, 서버 컴퓨팅 장치, 그리고 소프트웨어를 포함한다.

결국 각 개인이나 기업은 개별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투자비용과 운영 인력, 경험을 쌓는 부담 없이 바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덕분에 개인과 기업은 최소한의 투자와 관리, 노력으로 빠르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대표적인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이 아마존(Amazon)과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이다. 클라우드 시스템은 4차 산업혁명의 기초 인프라이고 '심장'이다.

하지만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필요할 때 소수의 독점 기업에 의존하고, 결국 그들에게 종속되는 위험도 같이 갖고 있다. 우리가 하늘의 구름을 인식하지 못하고 사는 것처럼, 우리는 점점 클라우드 시스템에 스며들어 간다.

클라우드 시스템의 구성 요소. [출처=KAIST]

번개와 인공지능 반도체 성능의 관계

그런데 하늘의 구름은 전기를 띠고 있다. 구름이 하늘을 떠다니면서 지구와 마찰하게 되고, 그래서 '전자'를 수증기 속에 머금게 된다. 그들을 '전하'라고 부른다. 우리가 책받침으로 머리카락을 문지르면 정전기가 생기는 원리와 같다.

그 전하량이 엄청나게 커지면, 지구와 구름 사이에 전압이 수천 또는 수만 볼트가 걸린다. 그리고 마침내 방전이 일어난다. 그것을 번개라고 부른다. 그 번개 길 속으로 전자가 길을 따라 흐르고 공기와 부딪혀 빛을 내고 소리도 낸다.

이 번개가 나무에 맞으면 나무가 타 버린다. 건물 높은 곳에 피뢰침을 설치해 번개 전자가 쉽게 흘러 땅 밑으로 들어가게 접지한다. 그러면 건물 안의 사람의 안전하다. 가끔 비행기도 번개를 맞는다.

그런데 구름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의 몸도 전기를 띤다. 옷을 입고 옷과 피부가 마찰해서 전하를 몸에 모아 둘 수 있다. 우리 몸도 수분이 많아 전자를 담아 둘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에는 공기 중으로 전자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몸에 잘 저장된다. 이때 물체를 만지면 일종의 번개인 스파크가 일어난다. 손이 따끔하다.

사람뿐만 아니라 전자 제품, 자동차 등 모든 물체도 전자를 담아둘 수 있다. 따라서 번개로부터 컴퓨터와 반도체 등을 보호하려면 피뢰침과 같은 보호회로가 그 안에 필요하다. 그래서 인공지능 반도체를 비롯한 모든 반도체에는 정전기 보호회로가 설치된다. 일종의 피뢰침이다. 회로로 보면 입출력 회로에 바이패스 커패시터(Bypass Capacitor)를 설치한다. 또는 반도체 다이오드(Diode) 회로를 설치해서 고전압 전류를 따로 흐르도록 피해 가는 길을 만든다.

그런데 이러한 정전기 방지 회로는 반도체 사이 혹은 컴퓨터 사이 데이터 입출력 속도를 떨어뜨린다. 디지털 데이터 신호가 지나갈 때 정전기 방지 회로에서 잠시 멈추고 지나가서 속도도 떨어지고, 파형도 열화된다.

인공지능 계산을 위해서는 GPU(Graphic Processor Unit)와 디램(DRAM) 사이에 데이터를 최대한 빠른 속도로 주고받아야 한다. 빅데이터로 인공지능망을 학습(Training)하는 과정에서 특히 그렇다.

그뿐만 아니라 학습 이후에 판단(Inference) 과정에서도 실시간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빠른 속도의 데이터를 반도체끼리 주고받아야 한다. 구리선 하나당 1초에 100억 비트(10Gbps) 이상을 주고받아야 한다.

그래도 속도가 충분하지 않다. 미래에는 그보다 100배 이상 빠른 속도로 주고받아야 한다. 그런데 바로 그 정전기 회로가 걸림돌이 된다. 세상에 거저는 없는 것 같다. 구름도 그렇다.

인공지능 컴퓨터 등에서 사용되는 디지털 고속 신호 전송 파형. [출처=KAIST]

그런데 컴퓨터도 고속의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한다. 한 대의 인공지능 컴퓨터가 혼자 모두 계산하지 못하고 병렬로 서로 협력해서 계산하기 때문이다. 이때 컴퓨터끼리 주고받는 데이터 속도가 100Gbps(1초에 1000억 비트)를 지나 400Gbps까지 요구된다. 이때 데이터 송수신 입출력 반도체 회로가 정전기 방지 회로 때문에 속도가 느려진다.

정전기로부터 인공지능 컴퓨터와 반도체를 보호하려고 하다 생긴 부담이다. 인공지능 컴퓨터나 반도체 사이의 최종 데이터 전송 속도는 전력 소모와 빛의 속도, 정전기 방지 회로로 결정될 것이다. 이 데이터 속도가 인공지능 컴퓨터와 서비스의 성능을 결정한다. 여기서도 구름과 번개가 원인이다.

인공지능도 자연에서 길을 찾는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컴퓨터, 반도체 등 첨단기술의 원리도 자연에서 많이 배운다. 빛과 구름 속에서 데이터 속도, 클라우드 컴퓨팅의 개념을 얻는다. 번개를 보면서 반도체 보호 회로를 생각해 낸다. 자연이 스승이 된다.

자연에서는 조화를 찾는다. 남과 여, 음과 양, 땅과 하늘, 양전하와 음전하 등 모두 균형과 조화를 이루면서 살고 있다. 반도체 입출력 회로에서 정전기 방지 회로는 주로 전기장을 담아 두는 커패시터(Capacitor) 성분이다.

자연에서 전기장의 반대는 자기장이다. 그래서 자기장을 이용해 정전기 회로 현상을 상쇄하기도 한다. 이러한 방법을 전문 용어로 인덕티브 피킹(Inductive Peaking) 또는 임피던스 균형 (Impedance Balancing) 작업이라고 한다. 아주 전문적인 용어지만, 결국 균형을 맞춰 문제가 되는 현상을 보완한다는 개념이다. 자연에서부터 배우는 지혜이다.

4차 산업혁명을 잘하려면 어렸을 때부터 자연 관찰을 잘하면 좋겠다. 교실에 가두지 말고 자연에서 뛰어놀면 좋겠다. 도시의 학원과 아파트에서 자란 어린이들이 미래에 노벨상이나 최고의 과학자, 학자가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가끔 하늘도 보고 구름도 보고, 번개 소리는 듣자.

고속 입출력 데이터 회로에서 정전기 방지회로의 효과를 보완하는 방법. [출처=KAIST]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 joungho@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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