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4차 산업혁명은 모든 사물과 인간을 연결하여 빅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이용하여 인공지능으로 학습하여, 결국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를 말한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산업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정치 등 전 분야에 걸쳐서 막대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글로벌뉴스통신사 뉴스핌은 '김정호의 4차혁명 오딧세이' 칼럼을 매주 연재하여 4차 산업혁명의 본질과 영향, 그리고 전망을 독자들에게 쉽게 소개하고자 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바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표현할 수 있으며 그 핵심 부품이 반도체이다. 이들 핵심 기술의 개념과 원리, 응용을 설명하여 일반 독자들이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 공감하고 이해하며 더 나아가 개인과 기업, 국가의 미래를 계획하는 것을 돕고자 한다.
김정호 카이스트(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는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AI대학원 겸임교수, IEEE펠로우, 카이스트 ICT석좌교수, 한화 국방 인공지능 융합연구 센터장, 삼성전자 산학협력 센터장 등을 겸하고 있다.
노벨상의 조건
이번 달은 노벨상이 연속해서 발표되는 시기이다. 매년 기다렸지만, 아쉽게도 한국 과학자 중에서 아직 노벨상이 나오지 않았다. 매년 많은 연구비를 지원하는 정부나 국민 입장에서도 실망감이 클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상당히 오랜 기간 한국에서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은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노벨상 중에 과학분야상은 인류 발전과 복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과학적 발견이나 발명을 처음으로 달성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간다. 여기서 핵심 단어가 '인류 발전과 복지에 지대한 영향'과 '과학적 발견이나 발명', 그리고 '처음'이다.
김정호 교수 |
한국에서 노벨 물리학상, 화학상, 의학상 등 과학상이 나오기 어려운 원인은 바로 '처음'이라는 요구조건 때문이라 생각한다. 한국에서 교수나 연구자들은 대부분 과학 선진국에서 이미 시작한 연구를 따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추종 연구나 개선 연구이다.
또는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때 연구한 분야나 주제를 갖고 와서 평생 연구하는 경우가 많다. 논문은 나오지만, 대부분 연구 결과를 조금 개선할 뿐이지 처음 그 연구를 시작한 독창적인 연구자는 아니다. 이러한 추종 연구를 일명 이를 '설거지 연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주제로 아무리 많은 인력과 연구비를 투자해도 노벨상이 나오지 않는다.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연구를 처음으로 시작하기 위해서는 탐험정신과 도전정신, 차별화, 용기가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서, 이러한 외로운 연구를 30년 가까이 하기 위해서는 열정과 신념이 필요하다. 이러기 위해서는 상당한 통찰력과 위험 감수가 필요하다.
주제는 인류의 생명과 환경, 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는 주제여야 한다. 그리고 위험도가 높은 독창적인 연구를 30년 지원할 수 있는 연구 지원 체계와 문화가 필요하다.
우리 교육 체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우리 교육체계는 주입식으로, 정답이 있는 문제를 열심히 푸는 것으로 성적을 매긴다. 그 결과, 교육이 인간의 호기심과 도전을 격려하고 증폭하기보다는 사회적, 경제적 '계층 이동'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의미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노벨상을 기대하기 더욱더 어렵다.
인공지능 분야가 노벨상 후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해서 노동하고, 그 결과 인간에게 시간과 노동으로부터의 자유를 선물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은 과학 기술과 정치, 경제뿐만 아니라 산업 전체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앞으로 이러한 영향은 더 깊고 넓게 퍼질 전망이다. 여기서 과학 기술적 동력은 딥러닝(Deep Learning) 혹은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이라고 불리는 인공지능이다.
그래서 필자는 10년 전후로 인공지능 발명자가 당연히 노벨상 수상자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현재 과학기술의 발명 중에 인공지능만큼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기술 진보가 생각나지 않는다. 당분간 그럴 것이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는다면, 5명의 후보를 들 수 있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제프리 힌턴(Geoffrey Hinton) 교수, 페이스북의 얀 르쿤(Yann LeCun) 박사,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의 요수아 벤지오(Yoshua Bengio) 교수, 앤드루 응 전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이다.
마지막으로 GAN(Generative Adversary Network) 인공지능을 개발한 이안 굿펠로우(Ian GoodFellow)를 들 수 있다. 이들은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을 처음 시작했거나, 이후 크게 발전시키거나, 확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업적 관점에서 보면, 제프리 힌튼 교수는 인공지능 딥러닝 분야의 진정한 선구자로 특히 학습과정인 역전파 학습(Back Propagation) 기법과 CNN(Convolution Neural Network)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얀 르쿤 박사는 CNN을 이용한 컴퓨터 영상 인식(Computer Vision)과 인공지능 문자인식(Optical Character Recognition)으로 유명하다. 요슈아 벤지오 교수는 최근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새로운 딥러닝 인공지능 알고리즘인 GAN 알고리즘의 창시자이다.
GAN 인공지능의 수학적 토대를 마련한 이안 굿펠로우(Ian Goodfellow). [출처: Youtube 캡쳐] |
마지막으로 이안 굿펠로우는 창조 작업에 쓰이는 GAN의 수학적 토대를 마련했다. 아쉽게도 여기에 한국인 과학자의 이름은 없다. 이러한 배경으로 한국에서 인공지능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한국에서 노벨상은 메모리 분야에서 나온다
만약, 미래에 한국에서 노벨상이 나온다면 디램(DRAM)을 포함한 반도체 메모리 분야일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인공지능, 빅데이터 세상에서 컴퓨터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메모리만큼 중요한 부품이 없다. 메모리의 혁신은 컴퓨터 성능의 획기적인 향상을 구할 수 있다. 손안의 스마트폰에 인공지능이 들어오려면, 누구나 쉽게 인공지능을 쓰려면, 새로운 반도체 메모리가 필요하다.
지금보다 더 빠르고, 더 적은 전력소모와 늘어난 용량을 가지면서 프로세서와 결합한 형태가 될 수도 있다. 그 형태가 새로운 물질을 이용한 디램(DRAM)의 형태, 메모리 셀의 3차원 구조, 3차원 패키지 구조, 혹은 뉴로모픽과 같은 인공지능 가속기 형태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메모리에서 열을 냉각할 수 있는 독창적인 구조에서 나올 수도 있다.
메모리는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이다. 그러니 한국에서 노벨상이 나오려면 메모리 연구를 지금부터 30년간 지원하면 제일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반도체 메모리 분야에서 한국 산업이 세계 1등이다. 한국에서 노벨상을 배출하려면 반도체 메모리를 더욱 열심히 연구하며 개발하면 언젠가 가능하게 된다.
나노미터 단위의 반도체 메모리 디램(DRAM) 셀의 단면 전자 현미경(SEM) 사진. [출처=KAIST] |
인공지능 방법 중에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이라는 알고리즘이 있다. 이러한 강화학습 알고리즘은 탐험과 탐색을 좋아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그 결과를 기록한다. 이러한 자체 학습 과정을 통해서 최적의 솔루션을 찾는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에서도 이와 같은 강화학습 알고리즘을 사용했다. 이 탐험 과정에서 수천만 번도 더 다시 탐험한다. 여기서 체력은 전기에너지에서 공급받는다. 인간은 한두 번 시도하고 실패하면 그만두지만, 컴퓨터는 계속한다. 그래서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똑똑할 수도 있다.
우리가 과학 기술 분야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연구하는 힘은 결국 '호기심'과 과학적 탐구에 대한 '열정'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30년 이상 끌어갈 끈기도 필수적이다. 한국 과학자들도 남들이 몰라주는 한 분야를 30년 지속할 호기심과 끈기, 그리고 열정이 필요하다. 인공지능 강화학습에서 거꾸로 우리가 배운다.
강화학습 과정에 필요한 누적 보상을 표현하는 가치함수(Value Function) 수식 노트. [출처=KAIST] |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 joungho@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