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디지털 포렌식 결과 경찰에 공유 안 해...영장도 반려
전문가 "검찰이 경찰 병풍처럼 세우고 있어" 지적
경찰, 이르면 오늘 중으로 영장 재신청...가능성은↓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밑에서 파견 근무했던 검찰 수사관 고(故) A씨의 휴대전화를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신경전이 뜨겁다.
검찰의 서초경찰서 압수수색으로 체면을 구긴 경찰은 디지털 포렌식 작업에서도 사실상 병풍 역할에 그치면서 검찰의 들러리만 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검찰의 이례적 압수수색에 면죄부를 쥐어줬지만, 결국 실익은 검찰만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과 경찰은 6일 현재 숨진 A씨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일 "A씨 사망원인을 조속히 규명하겠다"며 서초서를 압수수색, A씨의 휴대전화를 가져간 뒤 곧바로 디지털 포렌식 작업에 나섰다.
당초 검찰은 포렌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아닌 대검찰청 포렌식 센터에 맡기며 경찰의 접근을 차단했다. 경찰은 이에 반발, 즉각 검찰에 포렌식 과정 참여 등 수사 협조를 요청했고 검찰이 이를 수용해 경찰의 참관을 허용했다. 다만 검찰은 포렌식 분석 결과는 경찰과 공유하지 않기로 했다.
[사진=김아랑 기자] |
경찰은 포렌식 외에 A씨 휴대전화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해 이르면 이날 검찰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재신청할 방침이지만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자 경찰이 검찰 수사의 '구색맞추기'에 이용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씨 휴대전화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이 검찰에서 기각된 데다 경찰이 포렌식 결과조차 공유받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경찰이 포렌식 과정에 참관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압수수색 영장이 없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공유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검찰은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기각과 관련해서도 "변사자 부검결과 유서, 관련자 진술, 폐쇄회로(CC)TV 등 객관적 자료와 정황에 의해 타살 혐의점을 인정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춰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결국 검찰로서는 자칫 '무리한 압수수색'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뻔했으나 경찰이 포렌식 과정에 참관하면서 이런 비판은 다소 비껴간 상황이다. 동시에 논란의 핵심인 포렌식 결과는 경찰에 공유하지 않는 나름의 실익도 챙겼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A씨 변사 사건의 수사 주체인 경찰은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자존심을 구긴 데 이어 포렌식 결과도 공유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A씨 휴대전화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까지 검찰에서 거부되면서 사실상 얻은 것이 없는 상황이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검찰이 실질적인 협업, 협조가 아니라 단순히 형식적으로만 참관을 허용하고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은 모두 반려하면서 경찰이 사실상 병풍 역할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며 "이 문제 역시 검찰이 수사의 중심이고 경찰은 보조적 역할에 머문다는 일종의 관행과 제도적 허점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설명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법적으로 압수수색을 당한 경찰은 피압수자로서 참여할 권리가 있지만 검찰이 이를 참관으로 제한하는 등 의도적으로 권한을 폄훼하고 있다"며 "포렌식 과정에 함께하는 것과 별개로 검찰에 A씨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재신청하는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A씨는 백 전 비서관 밑에서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으로 근무하다 올해 2월 서울동부지검에 복귀했다. A씨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당일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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