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중국 쿤샨법인 청산 결정…5년 적자 끝 '용단'
LG이노텍, 청주 HDI공장 폐쇄 밝혀…"반도체기판에 집중"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스마트폰 메인기판(HDI·High Density Interconnection) 사업에서 철수한다. 기술 진입장벽이 낮아 중국업체와의 저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더 이상 사업을 이어갈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지난 12일 이사회에서 고밀도회로기판(HDI) 생산과 판매를 중단하고 이 사업을 영위하던 중국 쿤샨법인의 청산을 결정했다. 손실을 축소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결정으로, 기존 수주계약이 끝나면 바로 영업정지된다.
대신 차세대 PCB 기술이라고 볼 수 있는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Rigid Flexible Printed Circuit Board) 사업은 남겨두기로 했다. RFPCB는 폴더블·롤러블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연성회로기판으로 HDI보다 기술 진입장벽이 높다.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HDI(왼쪽)와 RFPCB(오른쪽) [자료=삼성전기] 2019.12.17 nanana@newspim.com |
삼성전기 쿤산법인은 지난 2015년부터 5년간 내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015년 4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해 2016년(169억원 적자) 들어 적자폭이 줄어드는가 싶더니 2017년부터 다시 적자폭이 늘어나기 시작해 지난해 적자규모는 747억원에 달했다.
LG이노텍은 이보다 먼저 HDI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지난달 28일 이 같은 내용을 공시한 LG이노텍은 이달 31일 안에 생산을 종료하고 내년 6월 중 판매를 종료할 예정이다.
LG이노텍이 충청북도 청주의 HDI 생산공장을 폐쇄하기 위해 인력을 반도체 기판을 생산하는 구미로 전환배치 중이라는 소식은 하반기에 들어서면서부터 업계에서 흘러나왔다. 최근 LG그룹의 사업효율화 전략에 비춰봤을 때 HDI 사업의 청산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870억원을 기록한 HDI 사업의 영업적자는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였지만 올해도 600억~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대기업 전자부품 계열사 두 곳이 비슷한 시기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기술경쟁이 아니라 단가경쟁 구도로 바뀐 HDI 사업에서 전환점을 찾는 것이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대기업이 하기에는 로우엔드 사업이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두 회사의 HDI 사업철수를 바라보는 시장분위기도 긍정적이다. 이왕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이 HDI사업부를 축소하면 기판소재 사업부 성장폭이 커져 이익을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HDI 사업철수를 공시한 삼성전기 주가도 최근 꾸준히 '신고가'를 찍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삼성전기의 HDI 영업정지 효과로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영업손익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신 두 회사는 중국과의 격차를 벌릴 수 있는 차세대 기술에 집중할 방침이다. 먼저 LG이노텍은 PCB 관련 일부 자원을 반도체기판 사업으로 전환해 여기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기판소재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LG이노텍 내 다른 사업부보다 높은 14%다.
삼성전기 관계자도 "5G용 반도체 기판이나 전장용 MLCC 등 새로 열리는 시장인 5G, 전장쪽으로 전폭적으로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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