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삶'이라는 글자를 해체하면 ㅅㆍㅏ ㆍㄹ ㅏㆍㅁ 이 된다. 사람이 문명을 연다. 사람이 문화를 빚고 오롯이 역사가 된다. 그래서 미래를 위해 사람을 관찰하고, 사람을 알처럼 품는 것이다.
국가대표급 크리에이터로 통하는 오치우 빅브라더스 대표가 글로벌뉴스통신사 뉴스핌을 통해 '외계인채집'이라는 생경한 이름으로 주 1회 인터뷰를 연재한다. 문화계를 비롯한 각계각층과의 세밀하고 주관적인 만남 속에서 지구 곳곳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매력 넘치고 독특한 인간 모습들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오 대표는 소설 목민심서 250만부 판매전략 [사람을 좋아하는 책] 캠페인, 실패상황 정복전략 [프로는 실패로 배운다], 최초의 중소기업 채용전략 기획, 청바지 점핑 프로모션전략, 중저가 다이아몬드 특화판매전략 등 처음이라는 수식어를 달며 기발한 아이디어와 기획으로 광고·카피라이터 업계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녀의 직업은 가수다. 굳이 따지자면 트로트가수다. 트로트는 역시 '전국노래자랑' 느낌이 나야 재밌다. 약간 빈 틈이 보이는 가수가 히트한다.
그런데 그녀는 전혀 아니다. 잘 못나가는 트로트 가수인가? 그건 더욱 아니다. 14개 CF를 찍은 가수가 몇이나 되겠는가? 굵직한 대기업부터 핫한 브랜드까지, 여배우가 꿈꾸는 고가 화장품 모델까지 접수한 아주 잘나가는 트로트 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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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치우 빅브라더스 대표 |
조정민. 가수같지 않은 이 이름은 느낌대로 실명이다. 자신감이다. 있는대로 '까'도 세상을 '꿇게' 수 있다는 확신이다. 마주앉아 정면으로 마주치는 그녀의 눈빛이 총총하다.
''여섯 살때 엄마 손에 이끌려 피아노를 만났어요. 교회 피아노 반주를 시키고 싶었대요.''
어릴 때 소리통 속에 소리가 가득 차 있어서 건반을 누르면 수도물처럼 흘러나오는 기계인 줄 알았다. 피아노를 인형놀이하듯 갖고 놀았다. 놀이가 일상이 되고 결국 국민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
''대학 2학년 때부터 얘기 좀 해봐요'' 콕 짚어서 물었다.
''갑작스런 아버지 죽음, 장례식에서 본 엄마의 넋 빠진 얼굴, 나이 어린 두 남동생의 멍한 표정과 눈물, 주변 사람들의 무표정한 얼굴. 흑백무성 영화처럼 떠올라요."
그 이후로도 세상은 여전히 총천연색으로 잘 돌아갔다. 조정민은 엄마와 함께 돈을 벌었고, 대학교는 8년만에 졸업했다. 피아노 강습이 끝나면 곧이어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다녔다. 레스토랑이든 카페든 피아노가 있는 곳에서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성시경의 '두사람'을 쓸쓸하게 부르던 2013년 어느 겨울, 유튜브 영상을 보고 연락 온 방송국 작가 설득에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에 나갔다.
''나름 알앤비 가수로 살고픈 꿈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프로그램에 나가 경쟁하면서 혼돈스러웠지만 트로트만의 매력을 알게 됐어요. 심수봉 선생님 노래에 매료됐죠. 한편으론 방송을 본 아이들이 '가수 선생님' 이라며 안겨올 때 기분이 묘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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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가수 조정민 |
2014년은 참 길었다. 심사위원으로 출연했던 가수 설운도 전화를 받는 순간, 그녀의 가수 인생에 파란불이 켜졌다. 미 8군에서 '천재 팝가수'로 이름 날리던 그가 트로트로 급선회한 경험으로 그녀를 '콜'한 것.
설운도의 소개로 제작사 대표 신현빈을 처음 만난 순간 그녀는 가수 인생을 맡기기로 정했다. 그해 겨울 첫 앨범 '곰탱이'를 선보였고 이듬해 세시봉 선배들과 함께 콘서트까지 했다.
'피아노 치는 트로트가수'의 캐릭터를 다듬어 가던 그녀는 '불후의 명곡'에 출연,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이어 '복면가왕'에서 '팔등신 루돌프 캐릭터'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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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롯트 가수 조정민 |
MC로 활동 중인 그녀는 잘 말하기보다 잘 듣기에 집중하려 한다. ''오프라 윈프리는 말하는 것이 아니라 들어주는 능력으로 스스로 위대해졌다는데 깜짝 놀랐어요. 세상 소리를 잘 들을 줄 아는 것이 저를 세상에 세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위대한 듣기'에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는 걸 배웠다고 한다. ''잘 들어야 생각을 정확히 하고, 관찰해서 짧게 말해도 단 번에 알아들을 수 있겠지요'' 트로트가수 조정민의 영민함이 돋보인다.
가장 큰 버팀목이던 아버지 부재가 결핍의 세월을 살게 했지만, 결핍을 통해 그녀는 세상을 깊숙히 학습했다. 잘 듣는 습관도,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도 뼈 저린 결핍을 학습한 탓이다.
''일본에서 '아빠' 를 제작한 나카무라 타이지상과 한 편이 된 건 참 신기했어요. 제 이야기를 전혀 모르는 분인데 '아빠라는 곡을 준비해 놨다. 가사 아빠는 한국말로 하자'고 하는데 울컥했어요. 혼자 녹음실에 있는데 누군가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이라 눈물을 흘리며 노래했죠. 아빠와 함께 녹음 한 기분이랄까.''
후속곡으로 '살랑살랑', '슈퍼맨', '식사 하셨어요'를 내놓고 지명도를 꾸준히 올린 조정민. 이제 자신만의 트로트를 꿈꾸며 라틴 숨소리가 담긴 신곡 '레디큐'로 정상을 향해 가고있다. 분명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올 크리스마스는 그녀에게 따뜻하게 다가오고 있다. 하얏트 그랜드볼룸에서 생애 첫 디너쇼를 한다. '잘듣기' 능력이 있는 그녀는 지금, 아주 작은 음파를 듣고도 방향을 잡아 대양을 가로지르는 고래처럼 목표를 향해 쾌속질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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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롯트 가수 조정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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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롯트 가수 조정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