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홍콩에서 올해 마지막 주말에도 어김없이 반(反)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다만 지난 28일(현지시간) 북부 성수이 지역에서 진행된 중국 본토 보따리상 및 쇼핑객 반대 집회를 제외하면, 이번 주말 시위는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시위는 연말연시에도 예정돼 있다. 오는 31일 제야행사에서는 '인간띠 잇기' 행사가 진행되며, 내년 1월 1일에는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이 주최하는 가두행진과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예정이다. 시위대는 정부가 요구 사항을 모두 수용하기 전까지 집회를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7개월째 접어든 홍콩 반정부 시위는 해를 넘겨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 반정부 시위대가 성수이 쇼핑몰에서 시위하고 있다. 2019.12.28.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주말 집회, '中보따리상 반대시위' 제외 한산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후 3시경 성수이 지역의 랜드마크 노스 쇼핑몰에서 마스크와 검은 옷차림을 한 시위자 300명이 본토 보따리상과 쇼핑객에 반대하는 시위를 이어갔다.
시위대는 "본토로 돌아가라", "본토를 사랑한다면 중국에서 쇼핑하라" 등의 구호와 "5개 요구 사항, 하나도 빠져서는 안 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쇼핑몰 내부를 행진했다. 보따리상으로 알려진 중국의 병행수입업자들은 홍콩에서 대량으로 면세 물품을 구입한 뒤 본토에 되파는 방식으로 이득을 취하고 있다. 시위대는 이로 인해 식료품과 생활 필수품이 고갈되는 등 홍콩 시민들의 생활 수준이 악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오후 4시경 진압 경찰이 쇼핑몰 안으로 진입했으며,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기도 했다. 경찰 측은 페이스북을 통해 "마스크를 쓴 폭도들"이 소란을 피웠기에 쇼핑몰로 출동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그들의 행위는 공공질서를 어지렵혔다"고 비난했다. 이날 시위로 쇼핑몰 상점의 90%가 문을 닫는 사태가 벌어졌으며, 최소 15명의 시위대가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튿날 시위는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모습을 보였다. 시위대는 폭우 속에서도 센트럴 에든버러 광장에 모여 정부에 5대 요구 사항을 모두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시위대가 요구 중인 5대 사항은 △송환법 철폐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경찰의 시위대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다. 송환법은 철폐됐으나 나머지 4개 요구는 실현되지 않은 상태다.
시위대는 요구 사항 관철 외에도 "홍콩 경찰을 해체하라", "홍콩인들이여 복수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주최 측은 이날 시위에 4000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으나, 경찰 측은 최대 500명이 참가자가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로이터는 1000명 이상이 참여했다고 전했다.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은 따로 보고되지 않았다. SCMP도 수천명이 도심에 모였으며, 시위가 평화롭게 진행됐다고 전했다.
29일(현지시간) 홍콩 에든버러 광장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의 모습. 2019.12.29.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새해 첫날 대규모 시위 예고...'5대 요구' 관철될 때까지 계속
반정부 시위는 연말연시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시위대는 당장 오늘 저녁 센트럴 비즈니스 지구에 모여 시위 현장에서 숨지거나, 부상을 입은 사람들을 기리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오는 31일 제야행사에서는 인간띠 잇기 시위가 예고돼 있으며, 새해 첫날에는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이 주최하는 가두행진과 시위가 진행된다.
홍콩 경찰은 지난 29일 민간인권전선에 새해 첫날 가두행진 및 시위를 허가한다는 내용의 통지서를 전달했다. 경찰은 행진 과정에서 공공질서가 위협받는다고 판단될 경우, 행진을 중간에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위대는 새해 첫날 오후 2시부터 코즈웨이 베이의 빅토리아 파크에서 센트럴의 차터로드까지 가두 행진을 벌일 계획이다. 민간인권전선이 3만2000명이 시위에 참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힌 만큼, 홍콩에서는 새해 첫날부터 대규모 시위대가 도심을 가득 메울 것으로 보인다. SCMP에 따르면 일요 시위에 참석한 시민들은 서로 오는 1일 가두 행진에 참여할 것을 독려하며 "빅토리아 파크에서 만나자"라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특히, 시위대는 5대 요구가 관철되기 전까지 집회를 이어갈 방침이라며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시위대에 물자를 제공하는 일을 도와주고 있다고 밝힌 맨디 청 씨는 SCMP에 "비교적 적은 사람이 와서 물건을 기부하고 있다. 아마도 몇몇은 우리가 (구의원) 선거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다시 앞으로 나설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5가지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계속해서 우리의 역할을 수행해나갈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30대 웡씨도 로이터에 "홍콩 시민들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불평등과 부당함을 목격했으며, 이는 우리의 기본적인 신념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지난 7개월간 이어진 시위로 홍콩에서 약 7000명이 체포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336명이 지난 23일부터 26일 사이에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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