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한 아파트 공문 놓고 담합이다 vs 아니다 '갑론을박'
국토부 "시세 자료로 적발 어려워..실제 방해 행위 있어야"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주변 A아파트 전용 84㎡ 8억원, B아파트 전용 110㎡ 10억원. 수도권의 한 아파트 단지 게시판에 걸린 입주자대표 직인이 찍힌 공문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주변 시세만 올려놓았지만 사실상 이 가격 아래로 집을 팔지 말라는 '담합 행위'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집을 파는데 개입하지 않았고 누구나 알 수 있는 정보만 올려놓은 글이라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사실상 제시한 금액 아래로 팔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담합행위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다. 다음달 21일부터 시행되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에 따라 이같은 행위도 담합으로 처벌이 가능할까?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울의 한 공인중개업소 전경. 2018.05.09 leehs@newspim.com |
6일 국토교통부에 이런 사안을 문의한 결과 시세만 올려놓은 공문을 담합으로 간주해 처벌하기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국토부 관계자는 "작성자의 (담합)의도가 있다 하더라도 시세 공개 자료를 담합으로 보기 힘들다"며 "이와 함께 실제로 이 가격 이하로 팔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가 있어야 담합으로 적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음달 21일부터 개정되는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아파트 입주민이 "특정 가격 이하에 아파트를 팔지 말자"며 다른 입주민들에게 제안할 겨우 담합으로 간주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개정안은 집주인들의 담합 행위를 안내문,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활용해 공인중개사의 중개를 제한하는 행위로 설정했다. 가격 공지만으로 담합으로 간주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커뮤니티 등에서 본인들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시세 정보를 제공하는 글들이 많은데 이 경우 모두 담합으로 간주할 수는 없지 않냐"며 "다만 이 아파트의 경우 실제 담합 행위가 있었는지는 파악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집값 담합 행위는 그동안 '가치찾기 운동' 등으로 꾸며져 온·오프라인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져 왔다. 입주민만 가입한 카페나 단체 대화방, 아파트 게시판 등을 통해 하한가격을 정하고 더 낮은 가격에 집을 파는 집주인이나 공인중개업소를 괴롭히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매수자와 매도자가 계약을 체결하고도 낮은 가격이라는 이유로 주민과 다른 공인중개업소가 개입해 계약이 파기되는 일도 잦았다. 또 특정 공인중개업소가 낮은 가격으로 매물을 등록하면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허위매물 신고센터에 허위 매물이라고 신고해버리는 사례도 있었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으로 집값 담합 억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지금도 한국감정원 산하에 집값 담합 신고센터 운영 중이지만 형사 처벌한 사례는 전무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와 조사를 하더라도 실제 담합 행위를 입증하기가 힘들다"며 "특히 위 사례와 같이 암묵적으로 이뤄지는 담합은 처벌도 어려워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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