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측 인사 37.4%에 불과·전문가 영입 과정도 문제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등록금 인상을 둘러싼 대학과 학생들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시작된 가운데 등록금 책정을 위해 각 학교에 설치된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가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구성·운영 방식 등 등심위의 구조적 한계가 뚜렷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16일 대학가에 따르면 동국대와 명지대, 숙명여대, 홍익대 등 서울 주요 대학에서 등록금 책정을 둘러싸고 진통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도 현장에선 대학생들의 요구로 만들어진 등심위가 정작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지 못하는 형식적 기구로 전락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학생 대표자 수가 학교 측 인사보다 적은데다 학생 측 입장을 대변해 줄 전문가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 등에서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각 대학들은 매해 교직원·학생·관련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등심위를 구성·운영해야 한다. 등심위는 등록금 책정 기본 방향, 고려 요소, 자금 수입·지출 전망, 수지 분석 결과 등 산정 근거 자료를 통해 등록금을 심의한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2019.09.26 dlsgur9757@newspim.com |
고등교육법 제11조에 따르면 등심위 학생 위원은 전체 위원 정수의 10분의 3 이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박거용 대학교육연구소장의 정책연구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국 4년제 150개 사립대의 등심위 구성 비율은 평균 ▲교직원 43.5% ▲학생 37.4% ▲전문가 13.1% ▲학부모 및 동문 6% 등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등심위에 참여하는 학생 위원 비율이 낮다고 입을 모은다. 법적으로 규정된 10명 중 3명은 학생들의 목소리를 담기엔 너무 적다는 것이다. 2018년 150개 사립대 등심위 학생 위원 구성을 살펴보면 60개 학교가 30~35% 미만, 37개 학교가 35~40% 미만 등으로 조사됐다. 고등교육법 기준보다 많은 40% 이상은 50여개 학교에 불과했다.
학생 위원과 교직원 외에 등심위를 구성하는 외부 전문가 선발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고등교육법에는 외부 전문가를 누가 위촉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학교 측에서 전문가를 영입·위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외부 전문가 역시 학교 측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다는 게 학생들 주장이다. 전국 단위 33개 대학 총학생회 연합체인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소속 김나현 한국외대 총학생회장은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는 외부 전문가가 아무래도 학교 입장을 대변하는 상황이 흔하게 발생한다"며 "외부 전문가 영입 과정에서 학생들이 배제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에서 제공하는 자료가 미비하고 열람할 수 있는 시간이 짧은 점도 문제라는 주장이다. 김 회장은 "더 큰 문제는 교수나 교직원보다 학생들의 정보 접근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점"이라며 "학생들한테 보여주지 않는 문서도 많은데다 수백장이 넘는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시간도 촉박하다. 학교 측의 꼼수"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등심위의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황희란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현재 시스템은 합리적인 설득, 논의 과정이 아니라 형식적 절차"라며 "예산에 대한 이해, 자료 접근성이 기본인 만큼 아마추어인 학생들이 충분하게 숙지가 가능하고 검토가 가능할 수 있도록 자료를 미리 공개하거나 해설·설명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외부 전문가에 대한 데이터 베이스, 협상 노하우 등이 축적되지 않아 학생 측의 한계가 뚜렷한 것도 사실"이라며 "등심위 비민주성·비합리성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한편 학생들의 힘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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