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홍콩 증시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엑소더스를 연출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중국 상장기업의 주가가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에 '팔자'가 쏟아진 것.
뉴욕과 런던 증시에서도 트레이더들이 분주한 움직임이다. 바이러스 확산에 관광업은 물론이고 제조업과 유통, 음식료 업계까지 일격을 당하자 주가 하락을 겨냥한 헤지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뉴욕 증권거래소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바이러스 감염자와 사망자가 확산되는 가운데 채권시장의 움직임은 더욱 비관적이다. 지난해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 합의로 진화됐던 경기 침체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든 것.
31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홍콩에 상장된 중국 기업으로 구성된 항셍 차이나 엔터프라이즈 인덱스가 이번주 6.7% 급락했다. 이는 주간 기준 2018년 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트레이더들은 추가 하락을 점치고 있다. 춘절 연휴가 종료되면서 상하이와 선전 증시가 개장할 때 패닉 매도가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다.
중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213명으로 늘어났고, 확진자도 9600명을 웃돌았다.
여행 통제와 제조업계 공장 가동 중단, 소매업과 외식 업계의 매장 철수 등 경제적 타격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투자자들은 주가 급락에 대비, 서둘러 발을 빼는 움직임이다.
홍콩 소재 펄 브릿지 파트너스의 앤드류 설리번 이사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춘절 연휴가 끝나고 중국 증시가 열리면 한파가 거셀 것"이라고 내다봤다.
1분기 중국 경제 성장률이 4.5%까지 하락, 데이터 집계가 시작된 199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투자자들은 바짝 긴장하는 표정이다.
파장은 이미 홍콩 증시의 담을 넘었고, 상품시장까지 확산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대두 선물이 이달 들어 6.6% 하락, 월간 기준 18개월래 최악의 손실을 냈다.
중국 정부가 1단계 무역 합의에서 약속한 수입 물량을 채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하락 베팅을 부추긴 결과다.
뉴욕증시에서도 공포감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통하는 CBOE 변동성 지수(VIX)는 1월 중순 12에서 최근 18로 뛰었고, VIX 상승을 겨냥한 콜옵션 거래가 연초 하루 20만건에서 최근 40만건으로 두 배 늘어났다.
이와 함께 S&P500 지수의 하락을 겨냥한 베팅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지수 풋옵션 거래가 지난해 9월 이후 최고치에 이른 것.
10거래일 평균 S&P500 지수 풋옵션 거래 규모는 연초 72만건에서 최근 92만건으로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다.
트레이더들의 손실 헤지 및 하락 베팅이 지난 2018년 10월 이른바 양적긴축(QT)을 둘러싼 공포가 번졌을 떄와 흡사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채권시장도 경고음을 내고 있다. CNBC에 따르면 3개월물과 10년물 미 국채 스프레드가 최근 5bp(1bp=0.01%포인트) 이내로 축소, 경기 침체에 대한 경계감을 보이는 상황이다.
이와 별도로 블룸버그는 월가의 채권 트레이더들이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로금리 정책 가능성에 적극 베팅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폐렴 확산에 특수를 누리는 종목도 없지 않다. 홍콩에 상장된 헬스케어 섹터의 소형주 차이나 헬스 그룹은 이번주 1600%에 달하는 상승 기염을 토했고, 그 밖에 엑스트라웰 제약과 차이나 NT 파마가 각각 173%와 50% 치솟는 등 제약주도 강한 상승 탄력을 보였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