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수출입은행, 정책금융 지원 일러야 금주 중 발표
시중은행보다 일주일 이상 늦어…위기의식 안일 지적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산업·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 사태와 관련한 금융지원 방안을 이르면 금주 중 발표한다. 하지만 주요 시중은행들이 이미 지난주부터 '신규대출'과 '금리할인' 등 다양한 지원대책을 앞다퉈 내놓은 점을 감안하면 다소 늦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가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야 할 국책은행들의 위기의식이 안일하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우한 폐렴 관련 금융지원 방안을 놓고 일주일 이상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본점. [사진=각사 제공] |
국책은행의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보유한 기업고객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피해 예상 범위와 규모를 산정해 조속히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산은과 수은이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책은 '기존대출의 만기 연장'과 '신규대출 실행'이다. 앞서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지난해 일본의 수출 규제 사태 당시에도 국내 중견·중소기업에 대해 이 같은 내용의 지원안을 집행했던 바 있다.
하지만 금융권 일부에선 국책은행들의 대응 속도가 다소 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의 피해 우려를 줄이기 위해 정책자금 공급 계획을 누구보다 신속히 밝혀야 하는 국책은행들이 이번에는 시중은행보다 더딘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보통 국가 경제적 위기 상황이 발생할 때면 총대를 메고 금융지원에 나서던 국책은행들이 이번에는 대책 마련에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며 "수출기업의 경영 애로, 음식·숙박, 관광 등 일부 업종에서는 내수위축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책은행들이 지난 일주일간 논의를 이어가는 동안 주요 금융그룹과 은행들은 우한 폐렴으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영세 가맹점·개인고객 등을 대상으로 신규대출 확대·금리 할인·만기 연장·보험료 납입 유예·카드대금 청구 유예 등의 혜택을 마련해 이미 지난주부터 제공 중이다. 사태가 확산될 기미를 보이자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예컨대 KB국민은행은 긴급 운전자금이 필요한 기업에 업체당 최대 5억원 한도로 신규대출을 지원하고 최고 1.0%포인트 금리우대 혜택을 제공한다. 신한은행의 경우 중국법인을 통해 현지 교민과 우리 기업을 돕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에 대해 국책은행들은 아직 우한 폐렴 사태로 인한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늦었다는 비판'은 무리가 있다고 반박한다.
국책은행의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 대비 대책 마련이 늦은 감이 있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기업들 입장에서 당장 운영자금에 허덕이는 케이스도 없을뿐더러 아직 피해가 가시화되는 단계는 아닌 만큼 현황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책은행의 특성상 의사결정에 다소 시간이 소요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책은행의 또 다른 관계자는 "대책 마련을 위해선 정부와의 협의가 필수"라며 "사태가 본격화되는 지난주부터 실무자는 물론 고위급에서도 관련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조속히 대책이 마련될 것"이라고 전했다.
rpl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