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중국 내에서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2만8010명 및 563명에 달했지만 어린이 환자는 극히 드물고 사망자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 또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처럼 어린이는 성인보다 훨씬 덜 취약하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을 보도했다.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를 기점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감염증(우한 폐렴)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가운데, 태국 방콕에서 마스크를 쓴 아기가 유모차를 타고 있다. 2020.01.28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의약협회(JAMA)는 "신종 코로나 감염자 중위연령이 49~56세"라며 "어린이 환자는 극히 드물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 진단 시약을 개발한 말릭 페이리스 홍콩대 바이러스학과장은 "내 경험을 바탕으로 보아 어린이들도 감염이 되기는 하지만 매우 경미한 증상만을 보이는 것으로 거의 확신한다"고 말했다. 다만 "경미한 증상 및 무증상 환자에 대한 데이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어린이 환자에 대한 데이터도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NYT는 이러한 주장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한 가족의 사례를 소개했다. 중국 광둥성(廣東省) 선전(深圳)에 거주하는 한 가족이 10세 자녀를 동반하고 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을 방문하고 돌아온 후 모두 고열과 인후통, 설사 등 심한 폐렴 증상을 보였으나, 10세 어린이는 폐에서 바이러스폐렴 소견이 보였을 뿐 외부 증상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를 연구하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레이나 매킨타이어 박사는 "어린이들은 감염이 돼도 무증상이거나 경미한 증상만을 보이는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패턴은 사스나 메르스와 유사하다. 2012년과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와 우리나라에서 확산된 메르스로 800명 이상이 사망했지만, 감염 어린이에게서는 증상이 발현되지 않았다.
또한 2003년 사스 때도 135명의 어린이 감염자 중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으며, 사망자 800여명 중 과반수가 45세 이상이었다.
특히 12세 미만 어린이들은 감염이 돼도 입원이나 산소치료 등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12세 이상 어린이는 성인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두 등 여타 바이러스도 어린이에게서는 심각한 증상을 유발하지 않지만 성인에게는 치명적인 경우가 꽤 있다. 인플루엔자 또한 인류와 함께 수천 년 간 진화하면서 매년 전 세계에서 수백만 명을 감염시키지만 매년 병원에 인플루엔자로 입원하는 수천 명의 어린이 중 사망자는 극히 적다고 페이리스 박사가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성인은 당뇨병과 고혈압, 심장병 등 다른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감염에 더 취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바이러스와 싸우는 면역력이 나이가 들면서 약해지는 것도 원인으로 꼽았다.
매킨타이어 박사는 "50세를 기점으로 면역력이 급속도로 떨어지기 때문에 감염자와 사망자가 고령층에 집중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무증상 감염 어린이가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위험도 지적했다. 매킨타이어 박사는 "어린이와 청소년은 생애 어느 시기보다 집단 생활을 많이 하는 연령이기 때문에 자각 증상 없이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이의 경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감염자로 보고되지 않은 사례가 분명 매우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g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