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반도체株 반등...증권가 "영향 미미할 듯 "
[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미국이 중국 화웨이로의 반도체 수출을 차단하기 위해 규정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에 하락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관련주들이 19일 반등에 성공했다. 이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 강화가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이 적다는 안도감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날 보다 각각 0.67%, 1.47% 오른 6만200원, 10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중국 국기 위에 비치는 화웨이 로고 그림자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상무부가 해외 기업의 군사 혹은 국가안보 관련 제품에 자국의 기술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해외 직접 생산 규정'(Foreign Direct Product Regulation·FDPR)의 수정안을 작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정안에는 글로벌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미국산 장비를 사용해 만든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할 때, 미 당국으로부터 라이선스를 받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즉,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화웨이에 수출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간 동맹국들에게 화웨이 5G(5세대) 이동통신 장비 사용금지를 압박해온 미국이 이제 반도체로 공격 범위를 넓히는 모양새를 보이자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구매 3위를 차지하고 있는 화웨이로의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국내 반도체 업체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WSJ도 이번 규제 방안이 중국의 기술 굴기를 둔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혼란을 야기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 메모리 반도체 생산 공장을 갖고 있으며, 화웨이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은 전날(18일) 시장에 악재로 작용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코스피시장에서 전기전자 업종이 전 거래일 대비 2.5% 하락했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2.76%, 2.86% 내렸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이전 화웨이 제재는 주로 5G와 관련됐으나, 이번에는 반도체와 관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반도체를 포함한 IT업종"이라며 "이들 주도주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악재성 재료인 만큼 리스크 요인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번 제재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미지수다. WSJ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모두가 화웨이 규제 방안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는 28일 진행 예정이었던 회의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규제를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회의 개최가 보류됐다고 보도했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도 "규제의 현실화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며 "중국 내 생산차질 이슈를 감안할 때, 반도체 수출 규제를 통한 화웨이 압박카드를 꺼내 들지는 미지수다. 미국 반도체 기업 등 기술 기업들의 타격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미 상무부는 이미 지난주 자국 기업들이 화웨이와 제한적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기간을 45일 추가로 연장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화웨이를 둘러싼 미중간 갈등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만큼 사건 전개 과정을 지켜볼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 연구원은 "1차 무역협상 이후로 미국과 중국간의 문제가 잊혀져 가고 있지만, 기술패권 문제의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항상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전했다.
saewkim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