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국은행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기준금리는 0.75%가 돼 한번도 가보지 않은 0%대 금리 시대로 진입했다. 한은이 임시 금융통화위원회까지 열어 금리를 인하한 것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2년 만이다. 한은의 전격적인 금리 인하는 전날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1%포인트 내려 사실상 '제로 금리'를 택한 데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한은의 금리 인하 조치가 한발 늦었다거나, 효과를 제대로 내기 어렵다는 부정적 평가가 앞선다.
금리가 바닥인 상황에서 조금 더 낮췄다고 해서 민간의 소비나 기업들의 투자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금리인하는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여러 정책 수단 중 하나일 뿐이다. '0%대 금리'는 코로나19 쇼크로 세계 경제가 본격적인 침체에 들어간다는 신호여서 비상한 조치가 필요하다. 실제로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거시금융경제회의에서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실물·금융 복합 충격의 가능성이 있다"면서 "V자 회복은 쉽지 않고 U자, 나아가 L자 경로마저 우려된다"고 했다.
문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달리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 저금리여서 추가적인 금리 인하 여지가 별로 없는 데다 미국처럼 과감한 유동성 투입도 여의치 않다. 외국 투자자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증시에서 10조원 넘게 팔아치우는 등 한국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국채를 더 찍어내야 하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와 달러 유출로 환율마저 불안해 지면 한국 경제의 앞날은 그야말로 암울하다. Fed를 비롯해 유럽중앙은행(ECB) 캐나다은행 영국은행 일본은행 스위스중앙은행 등 6곳이 스와프금리(통화를 빌려주고 받는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기로 합의하는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정책 공조가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와 한은도 외환위기가 오지 않도록 국제 공조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경제관계 장관들과 한국은행 총재를 긴급 소집해 경제·금융상황 특별 점검회의를 열고 "지금은 메르스·사스 때와는 비교가 안 되는 비상 경제시국"이라며 "전례없는 대책을 만들어 내달라"고 주문했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여권, 정부에 긴박감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총선을 앞두고 추경 확대 편성을 요구하는 여권에 의해 해임이 거론될 정도로 입지가 흔들리는 등 경제 컨트롤 타워도 불분명하다. 시장이 정부의 위기대응능력을 불신하는 이유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거나, 홍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컨트롤타워가 명확하지 않으면 책임을 물을 수 없지 않은가.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정책 전반의 과감한 수정이 필요하다. 소득주도성장은 물론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등 친노조 정책을 일정 기간 포기하고, 규제도 혁파하는 등 비상시국에 준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경제체질이 회복되지 않는 한 글로벌 경제위기가 극복되더라도 한국경제만 뒤처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선거를 의식해 국민 한사람 당 100만원 씩의 재난기본소득으로 표를 사겠다는 꼼수로는 파국에 이를 수 있다. 빚으로 만든 재원이라면 더 급하고, 더 중요한 일에 사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