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녀 가구도 문제…여럿이 PC 1대 공유 사용
"취약계층·가구원 조사 서둘러야…전자기기 대여 검토"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컴퓨터가 없는 집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없거나 있어도 무제한 요금제가 아닌 학생도 있고요. 이런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을 어떻게 들을까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고 정부가 온라인 개학을 검토한다는 뉴스를 접한 학부모 김모(41·여) 씨의 하소연이다.
초등학교 3학년 올라가는 딸이 있다는 김씨는 "교육에 한해서는 정부가 취약층을 보고 해야 한다"며 "정부가 태블릿PC나 노트북을 학생에게 대여하는 방식으로 해서 교육 공백이 없도록 하면 어떨까 싶다"고 염려했다.
◆ 취약계층 10가구 중 6가구는 컴퓨터 없어…온라인 수업 소외될 수도
초·중·고등학교 개학을 3차례 연기한 정부가 온라인 개학도 고려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 지원책을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고 있다. 집에 컴퓨터 등이 없어 수업을 못 듣는 등 공교육에서 소외당하는 학생이 없도록 정부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전=뉴스핌] 라안일 기자 = 대전원앙초등학교 학생들이 스마트패드를 활용해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대전시교육청] 2019.12.02 rai@newspim.com |
저소득층과 농어민 가구 중심으로 컴퓨터 보유율은 낮은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체 국민의 컴퓨터 보유율은 80.3%인 반면 취약계층 컴퓨터 보유율은 59.1%에 그친다. 세부적으로 저소득층의 컴퓨터 보유율은 63.9%다. 장애인과 농어민의 컴퓨터 보유율은 각각 57.3%, 54.5%다.
교육 관련 시민단체인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의 나명주 대표는 "전례 없는 재난 상황에서 교육부도 고육지책으로 온라인 개학을 검토하는 것 같다"며 "온라인 개학을 할 경우 인터넷 사양이 좋지 않은 집이나 컴퓨터를 갖추지 못한 가정의 학생을 어떻게 지원할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PC 1대인 다자녀 가구도 문제…전문가 "전자기기 대여도 방안"
문제는 집에 컴퓨터가 있는 학생도 온라인 수업에서 소외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집에 컴퓨터가 1대 있는데 형제·자매가 많은 다자녀 가구가 대표적이다. 예컨대 초등학생 1명과 중학생 1명, 고등학생 1명이 있는 집은 3명이서 컴퓨터 1대를 나눠서 써야 한다.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가구는 전국의 60%다. 통계청이 내놓은 '2018년 인구총조사'를 보면 전국 527만2356가구 중 자녀가 2명 웃도는 가구는 316만1344가구에 달한다. 특히 3자녀와 4자녀 가구는 각각 49만9093가구, 4만269가구에 이른다. 5자녀 이상 가구도 5785가구다.
이런 상황에서는 온라인 수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없다는 게 학부모들의 우려다.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2학년 올라가는 자녀 2명을 둔 이모(44) 씨는 "우리처럼 아이가 둘 이상인 집은 컴퓨터를 방마다 갖춰야 하냐"며 "온라인 개학보다 9월 학기제로 바꾸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시민단체는 온라인 개학으로 인한 혼란을 줄이려면 정부가 각 가구의 상황을 파악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한다. 초·중·고를 동시에 다니는 형제·자매가 있는지 빨리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되면서 사상 초유의 4월 개학이 점쳐지고 있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13일 시·도교육감들과 협의를 진행한 데 이어 14일 감염병 예방 전문가들과 간담회 등을 진행해 추가적인 개학 연기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교육부는 전날 "추가적인 개학 연기 여부에 대해 여러 가지 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의 한 중학교 정문에 운동장 개방 제한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 2020.03.15 leehs@newspim.com |
교육 관련 시민단체인 '좋은교사'의 김영식 대표는 "가정 환경이 어려운 학생은 물론이고 어렵지 않아도 전자기기 1대로 여러 명이 학습에 참여해야 하는 학생이 있는지 빨리 파악해야 한다"며 "이런 수요 조사를 해서 전자기기를 대여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자기기가 있어도 저학년 학생은 어떤 경로로 온라인 수업에 접근할 수 있는지 잘 모를 것"이라며 "원격 수업에 대한 자세한 안내문도 준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개학 시기를 3차례 연기했다. 이에 따라 개학 시기는 4월6일로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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