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 "이런 것까지 사야 하나"
판매업체 "최근 판매량 2배 늘어"
"불분명한 URL 클릭하지 않아야"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일명 'n번방', '박사방' 등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를 두려워하는 여성들의 '해킹방지 스티커' 구매가 늘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해킹을 통해 동영상이 실시간으로 전송되거나, 저장된 사진이 유출되는 것을 우려해서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M 업체의 해킹방지 스티커 판매량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업체 관계자는 "지난 2월부터 해킹방지 스티커를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최근 들어 판매량이 급격히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일명 'n번방', '박사방' 등 텔레그램 디지털 성 착취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를 두려워하는 여성들의 스마트폰, 노트북에 '해킹 방지 스티커' 구매가 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20.04.01 clean@newspim.com |
해킹방지 스티커는 노트북, 스마트폰 등의 카메라에 부착할 수 있는 스티커다. 평소 카메라 기능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덮개를 덮어 카메라를 가릴 수 있다. 노트북·스마트폰 해킹은 악성코드 등을 통해 사용자가 카메라 기능을 사용하지 않을 때도 실시간으로 카메라에 잡히는 내용을 외부로 전송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노트북이 해킹을 당한 것 같다", "해킹 증상이 무엇이냐"고 묻는 글들이 2만건 넘게 등록돼있다. '스마트폰 해킹 여부 확인하는 법', '스마트폰 해킹 예방법' 등 예방 관련 글 역시 3만건 이상 게시돼있다. 이 때문에 여성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해킹방지 스티커 구매를 독려하고 있다.
최근 해킹방지 스티커를 구매했다는 A(30) 씨는 "평소에도 노트북에 달린 카메라가 해킹되면 영상이 실시간으로 전송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어 스티커를 붙여놓고 있었는데, 최근 n번방 사건이 터지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해킹방지 스티커를 구매해 스마트폰에도 부착했다"며 "예방해서 나쁠 게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런 걸 사야 하는 날이 오다니 마음이 착잡하다", "여자들은 해킹까지 걱정하면서 돈을 써야 하다니" 등 반응도 눈에 띄게 늘었다.
다만 여성들의 해킹방지 스티커 구입이 늘자 일각에서는 이 같은 행위를 조롱하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등에는 "면상이 어찌 생겼길래", "해킹범도 사람인데 여자 보는 눈이라는 게 있지 않을까" 등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왔다.
보안 전문가들은 해킹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불분명한 URL 주소를 클릭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명주 서울여자대학교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스마트폰 관련 해킹 양상은 전화에 직접 악성코드를 넣어서 스마트폰 안에 있는 걸 빼 오는 방법과 클라우드(데이터를 인터넷과 연결된 중앙컴퓨터에 저장해서 인터넷에 접속하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것)를 통해서 사진이나 연락처 등을 본인도 모르게 빼가는 방법이 있다"며 "노트북과 스마트폰 해킹 모두 연락처, 사진 등 사생활이 노출돼 문제가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배송지 확인 문자 등에 포함된 출처가 불분명한 URL은 클릭하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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