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국 상대 손해배상 소송 3차 변론기일
"본토엔 이미 인신매매 금지령…불법 인지"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일제 강점기 당시 위안부로 강제 동원된 피해자 할머니들이 공문서를 통해 일본군·정부 전체가 위안소 설치·운영에 조직적으로 가담한 정황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민성철 부장판사)는 1일 오후 5시 곽예남·김복동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3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06차 정기 수요 집회에서 소녀상 위에 꽃이 놓여져 있다. 2019.09.25 dlsgur9757@newspim.com |
원고 측 변호인은 "위안소 설치를 지시하고 허가·확충하는데 일본 정부와 군부대가 직간접적으로 참여, 감독, 운영한 문서를 증거로 제출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의 목적은 4가지였다"며 "군부대 성병 감염 예방, 민간인 성폭력 방지, 성적 해소를 통한 사기 진작, 관리·통제에 의한 군사기밀 탐지 가능성 해소"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육군성에서 1942년 장교 이상 계급관을 위해 중국 지역 위안소 140개 설립을 논의한 회의록을 보면 직영, 민간 위탁, 민간 운영 시설 이용 등 3가지 방식을 정해 관리하라는 내용이 있다"며 "강제동원 방식에도 위안부 모집 과정에 내·외무성과 군이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1938년 위안소 운영 단속과 관련해 경찰에 하달된 보고서 내용을 보면 당시 일본 내·외무성은 모집 대상에 '16세~30세, 건강한 여성'이라고 적힌 것을 지적하며 '황군의 위신이 떨어지니 성매매 경험이 있고 전염병이 없는 자로 하여 신분증명서를 발급할 것'이라고 명령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당시 일본에는 이미 인신매매 금지령이 있었다"며 "일본군과 정부는 미성년자 모집이 불법임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같은 내용은 일본 본토에만 적용됐고 식민 조선에는 적용되지 않았다"며 "결과적으로 성매매 경험이 없는 미성년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수로 위안부에 동원됐다"고 비판했다.
변호인은 "위안부 문제는 식민전쟁 당시 일본군과 정부, 기관 전체가 조직적으로 동원된 시스템"이라며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물리적,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 지배를 받았다"고 비난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 청구권 협정과 그 위법성, 주권면제에 대한 추가 변론을 들을 예정이다. 이후 그 다음 기일에는 국가면제에 관한 국내외 전문가와 위안부 피해자들의 구술을 통해 당시 상황을 직접 들은 교수 등 원고 측이 신청한 증인에 대해 신문을 진행할 방침이다.
곽 할머니 등은 지난 2016년 12월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박근혜 정부가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반발하며 일본 정부에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이다.
일본 정부는 헤이그송달협약 13조를 이유로 한국 법원이 발급한 소장 접수 자체를 거부했다. 해당 협약은 자국의 주권 또는 안보를 침해할 경우 송달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우리 법원은 공시송달 절차를 진행했다. 공시송달은 소송 상대방의 주소를 모르거나 서류를 받지 않고 재판에 불응할 때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게재한 뒤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고 재판부 직권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제도이다.
다음 변론기일은 5월 2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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