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생협 정관, 조화롭게 해석되지 않아"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투표 등 선출 과정 없이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생협) 이사장에 서울대 부총장을 임명하는 정관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이승련 부장판사)는 서울대 생협 대의원이 서울대 생협을 상대로 한 이사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도 "서울대 생협 정관 조항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의 문언과 조화롭게 해석되지 않는 면은 있다"고 6일 밝혔다. 당장 열릴 이사회는 적법하지만 서울대 생협 정관 일부 조항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서울대학교 정문 전경 /김학선 기자 yooksa@ |
생협법에 따르면 생협 임원은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총회에서 선출된다. 임원인 이사장은 총회에서 선출되고, 선출 방식은 각 생협 정관에 따른다는 취지다.
반면 서울대 생협 정관은 "이사장은 서울대학교 부총장으로, 부이사장은 학생처장으로, 당연직이사는 학생부처장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 "총회가 달리 정하는 경우에는 총회가 정하는 바에 따른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에 따라 현재 서울대 생협 이사장은 홍기현 서울대 교육부총장이, 부이사장은 정효지 서울대 학생처장이 각각 역임하고 있다. 일부 서울대 학생들은 "어떠한 선출 절차도 없이 임원으로 취임한 홍 부총장과 정 처장은 적법한 임원 지위가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서울대 생협 정관 조항 단서에서 '총회가 달리 정하는 경우에는 총회가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총회에서 이사장 및 부이사장을 선출할 수 있는 길을 제한적이나마 열어놓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정관 조항의 효력이 직접적으로 다퉈진 바가 없어 현 단계에서 정관 조항이 생협법에 위반돼 무효라고 곧바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이사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다만 "임원들의 지위를 다투는 본안소송에서 위 정관 조항의 효력에 관한 면밀한 심리를 거쳐 신중히 판단돼야 할 성질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당장의 이사회 개최 금지 여부를 판단하는 소송이 아닌 서울대 생협 정관의 효력을 다투는 본 소송에서 집중 심리를 통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서울대 학생들은 학생식당 식대 인상을 추진하는 서울대 생협에 반발, 이사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동안 서울대는 부총장과 학생처장을 서울대 생협 임원으로 임명시키면서도 생협 근로자 복지 문제, 식대 인상 문제 등에 대해서는 "서울대와 서울대 생협은 별개 법인"이라며 선을 그어 왔다.
일부 서울대 생협 대의원들은 총회에서 이사장 등 임원을 선출할 수 있도록 정관 개정을 추진 중이다.
hak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