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신흥국의 자금 유출이 계속되는 가운데, 통화가치 하락이 진행되는 나라들을 중심으로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신흥국 통화 전체의 가격 움직임을 나타내는 MSCI신흥국통화지수는 연초 대비 6% 하락했으며, 대신 반감기에 따른 가격 상승 기대감으로 비트코인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특히 아르헨티나나 레바논 등 자본 규제로 외화를 손에 넣기 어려운 나라에서는 달러화를 대체할 자금도피로서 비트코인 구입이 줄을 잇고 있다.
비트코인 [사진=로이터 뉴스핌] |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직면한 아르헨티나에서는 현재 외화 구입이 제한되고 있다. 암시장에서 페소화 가격이 연초 대비 약 40% 하락한 가운데 자산 피난처로서 비트코인이 인기를 끌고 있다.
비트코인 정보사이트 코인댄스에 따르면 5월 9일까지 한 주간 거래소를 통하지 않은 비트코인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3배나 늘어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3월 디폴트에 빠졌던 중동의 레바논에서도 비트코인으로의 자금 도피가 일어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레바논의 지역 언론은 4월, 자국의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이 국제 시세의 두 배 가까운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은행들이 예금 인출을 제한해 자국 통화의 신용도가 저하되는 가운데, 비싸더라도 비트코인으로 바꿔두고자 하는 수요가 쇄도하고 있다.
코인댄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비트코인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는 지역은 브라질과 칠레 등 중남미, 이집트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아프리카가 두드러지고 있다.
브라질의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코인투유는 "헤알화 가치가 하락하는 가운데 비트코인 거래는 급증하고 있다"며 "4월 기준으로 고객 수는 전년비 1.5배, 거래량은 3배가 늘었다"고 전했다.
물론 신흥국의 수요 급증이 비트코인 시세에 미치는 영향은 현 시점에서는 제한적이다. 싱가포르의 암호화폐 분석사이트 크리스탈에 따르면 지난해 브라질의 비트코인 거래량은 6억3230만달러(약 7700억원)으로 미국의 28분의 1 정도다.
신흥국은 절대적인 자본량이 적어 시세를 크게 움직일 정도의 힘은 없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견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신흥국 자금 흐름에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비트코인투유는 "투자자는 자산을 지키기 위해 투자 대상을 바꾼다"며 "지금까지 신흥국 내 자금도피처의 주류였던 달러화와 금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 가격 추이 [자료= 코인데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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