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일정 '빠듯'…"GTX-C 왕십리역 신설, 검토한 적 없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서울 성동구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노선에 왕십리역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업계 지적이 나온다. GTX 역사를 짓는 비용만 1000억원이 넘는데다 현재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착공일정상 새 역을 추가할 여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성동구는 지난 3일부터 왕십리역에 GTX-C노선 역사를 유치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성동구에서 GTX-C 왕십리역 논의가 나온 데는 국토부가 C노선 일부 구간의 노선을 변경한 영향이 크다.
◆ 역사 건설비용만 1000억 넘어…"성동구 예산 초과"
국토부 GTX-C노선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청량리역에서 성수동을 거쳐 삼성역으로 직결하는 기존 노선은 왕십리 방면으로 우회한다. 신분당선 노선을 따라 왕십리역 지하를 거치고, 서울숲 아래를 지나 한강을 건너는 방식이다.
이 경우 GTX는 대규모 주거지역을 지나는 구간이 줄어들고 천호대로, 마장로를 비롯한 도로 지하를 통과하게 된다. 주민들 사유지 저촉을 최소화할 수 있어 주민 반발로 인한 사업 지연을 줄일 수 있다.
성동구는 노선이 왕십리역 지하를 통과하도록 바뀌면 GTX 왕십리역을 만드는 게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성동구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GTX-C노선이 왕십리동 쪽으로 우회하기 때문에 왕십리역을 거쳐가게 하기 위한 사전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GTX-C 왕십리역 신설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우선 GTX 역사 건설비용만 1000억원이 넘어 성동구가 부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이미 교통시설 확충 기본계획을 수립한 사업은 국가나 지자체가 그 비용을 부담한다. GTX-C는 국토부가 작년 6월 기본계획 용역을 발주한 노선으로 이에 해당한다.
또한 광역철도 건설에 따른 재원분담기준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GTX와 같은 광역철도의 경우, 국가와 시·도의 사업비 분담비율은 국가 시행 또는 지자체 시행에 관계없이 75대 25가 기준이다. GTX-C의 총 사업비 4조3088억원 중 지자체가 25%(1조772억원)를 부담해야 하는 것.
성동구의 2020년 한 해 예산은 7772억원이다. 이 중 GTX-C노선 왕십리역 유치를 준비하는 교통행정과 예산은 27억원 정도다. GTX 역사를 짓는 데만 1000억원이 넘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왕십리역처럼) 현재 열차를 운영중인 곳에서 공사를 하면 공사비가 몇배는 더 든다"며 "선로 연결에 드는 비용만도 수백억원"이라고 말했다.
◆ 내년 말 착공도 빠듯…"왕십리역 신설, 검토한 적 없다"
현재 국토부 일정 상으로도 왕십리역 추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는 9월 10일에는 국토부가 발주한 GTX-C노선 기본계획 용역 결과가 나오는데 여기엔 왕십리역이 빠져있다.
국토부는 기본계획 용역이 나오면 오는 8월 환경부에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어 10월 환경부와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마무리하고 11월 사업시행자 모집 공고 후 실시계획을 진행, 내년 말 착공을 계획하고 있다.
다만 철도 착공 전에는 기본설계(2년), 실시설계(2년), 토지보상(20개월)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기본설계와 실시설계를 한묶음으로 진행해도 최소 3년이 걸린다. 토지보상에 걸리는 시간이 거의 없다고 가정해도 내년 말 착공 일정을 맞추기가 빠듯하다.
반면 성동구는 아직 왕십리역 신설 관련 용역발주를 준비 중이다. 정확한 발주 시점도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성동구는 GTX-C노선이 왕십리역 쪽으로 우회함으로써 지역 주민들이 겪는 불편에 대해서도 반대급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성동구 관계자는 "GTX-C노선 정거장은 서울 도심의 각 자치구별로 1개씩 설치되는데 성동구에서만 유일하게 정거장이 제외됐다"며 "C노선 공사기간 도중 선로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소음, 진동 등의 피해를 받게 되는데다 개통 후 철도 환기구에서 초미세먼지로 인한 불편도 겪어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토부로서는 일정이 촉박한 만큼 개별 지자체들의 역 추가 요구가 달갑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부동산 전문가는 "내년 말 GTX-C를 착공한다는 국토부 계획도 현재로선 거의 실현 불가능하다"며 "개별 지자체들의 역 추가 요구는 핌피(PIMFY) 성격이 강해 국토부가 들어줄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핌피'(PIMFY)는 '플리스 인 마이 프론트 야드'(Please In My Front Yard: 제발 내 앞마당에)의 준말이다. 지하철역, 병원처럼 자신들의 지역에 이익이 되는 시설을 끌어오려 하는 지역 이기주의를 뜻한다.
국토부는 GTX-C노선에 왕십리역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문선용 국토부 수도권광역급행철도팀 주무관은 "성동구에서는 아직 국토부에 GTX-C 왕십리역 추가를 정식으로 건의하지 않았다"며 "건의가 들어오면 GTX-C노선의 사업성이나 사업 추진일정에 변화가 있을지, 또는 예비타당성조사를 다시 받아야 하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