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지금까지 부동산 정책은 다 종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봅니다. 어떤 것들은 시행되지 않은 상태에 있기 때문에 모든 정책이 작동되면 대책의 효과가 나타날 겁니다."
지난달 30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서 각종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김현미 국토부장관이 답변한 말이다. 그동안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김 장관은 수차례 언론을 통해 부동산 대책에 실효성이 있고 시장도 머지않아 반응할 것이란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번에도 입장이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그 기대는 과거처럼 이번에도 빗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곳곳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규제지역과 비규제지역 간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고, 무주택자까지 규제의 덫을 씌워 주거 사다리를 걷어찼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러다 보니 "누구를 위한 규제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오는 게 사실이다.
그동안 문 정부 들어 20여 차례 크고 작은 규제책을 내놨지만 시장은 말을 듣지 않았다. 초강력 종합선물 규제대책도 수차례지만 시장은 잠시 위축됐을 뿐 곧 제자리를 찾아갔다. 되레 집값이 이전보다 더 오르는 현상도 나타났다. 집값을 원상복구 시키겠다는 정부의 말을 믿고 주택 매입을 늦췄던 실수요만 불안한 형국이다. 이처럼 내성이 강해지자 이젠 "정부 정책에 맞서지 말라"는 투자 명언도 이제 과거의 말처럼 들린다.
일단 김 장관이 발언한 부동산 정책이 종합적으로 잘 작동하고 있고, 규제 시행이 본격화하면 과열된 부동산시장이 수그러들 것이란 판단에 동의하기 어렵다. '6·17대책'이 발표되자마자 비규제지역으로 유지된 경기도 김포와 파주, 광주지역 아파트가 특수를 누렸다. 투자수요와 실수요자들이 집도 안보고 거래하는 상황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풍선효과도 풍선효과지만 정부의 규제가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시장 참여자의 확고한 신념이 표출된 것이다.
김 장관이 그동안 정부가 부동산 대책이 과열된 시장을 잘 조정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입증하려는 노력도 상당히 했다. 그러나 경제적인 외부 충격이 규제책보다 더 강한 영향을 미쳤던 게 현실이다. 연간 기준으로 전국 아파트값이 하락한 경우가 세차례 정도 있었다. 1기 신도시에 29만여 가구가 대거 입주했던 1992년, 한국을 덮친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이 미쳤던 2009년 정도다. 부동산 호황기에 대책을 내놨지만 실제 시장의 반응은 이런 외부 충격에 움직였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국회의원 3선 출신인 김 장관은 취임 초부터 부동산 관련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회의원 당시 상임위원으로 국토교통위원에 소속된 적이 없고 대학에서도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 장관직을 수행한 3년간 경험이 쌓였겠지만 누더기 규제로 시장을 잡을 수 있다는 신념은 변하지 않았다. 수요자가 살고 싶어 하는 곳에 주택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귀담아 듣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는 최측근 장관으로서 보다 과감하고 현실을 꿰뚫어 보는 정책 대응이 아쉽다.
부동산 시장에 혼란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서는 김 장관 이외에도 청와대 참모의 책임도 크다. 대책의 큰 그림과 세부 사항은 청와대 참모측 머리에서 기획돼 시행되고 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얘기다. 문 정부 초기에는 김수현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칼날을 휘둘렀다. 김 전 실장은 노무현 정부 때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는 등 부동산 정책을 주도한 인물이다. 바통을 이어받아 최근엔 김상조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컨트롤타워 역할은 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사실 김 장관이 수용할 수밖에 없는 정책도 다수 반영됐을 것이란 얘기다.
안타깝지만 부동산정책은 정부가 생각하는 것만큼 잘 돌아가지 않고 있다. 사회적 혼란도 크다. 대책에 대한 피로감도 상당하다. 부동산 투자로 소득을 얻었으면 적당한 세율로 회수하면 된다. 실수요자들에겐 내 집 마련의 기회를 늘려주면 된다. 상식적인 정책으로 부동산 정책이 진짜 잘 돌아가는 시기가 언제일지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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