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미국이 텍사스주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를 지시한 데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청두(成都) 주재 미국 영사관을 폐쇄하면서 외교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중국이 미국과의 파국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신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중국이 동등한 보복조치로서 미국 영사관 폐쇄를 이미 경고했고 상황이 더욱 악화되지 않을 만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논평했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주재 중국 영사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그러면서 코로나19(COVID-19)에 따른 이동 제한으로 비자 발급 업무가 거의 중단된 만큼 양국의 영사관 폐쇄 주고받기가 단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언론브리핑에서 "청두 주재 미국 영사관 폐쇄는 정당하고 필요한 대응"이라며 외교 원칙에 따른 조치임을 강조했다.
그는 "청두 영사관의 일부 직원이 중국 내정에 간섭하고 외교관 정체성에 부합하지 않은 활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NYT는 지난 1월 코로나19 봉쇄조치가 내려진 후 미국 정부가 이미 폐쇄해 직원을 철수시킨 우한 영사관이 아니라 아직 활동 중인 청두 영사관을 선택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심기를 또다시 건드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초 서방 언론은 중국이 이미 폐쇄된 우한 영사관을 폐쇄하는 것으로 보복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이 청두를 선택함으로써 미국은 중국 내 5개 영사관 중 2개 영사관을 폐쇄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또한 청두 영사관은 미국이 인권 문제를 제기하며 중국과 갈등을 빚었던 신장과 티베트 관련 정보를 모으는 외교적 전초기지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로이터 통신도 미국학 전문가인 우신보(吳心伯) 푸단대 교수를 인용해 "청두 영사관은 우한 영사관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보도했다.
우 교수는 "청두 영사관은 티베트에 대한 정보와 함께 인접 지역의 중국 전략무기 개발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무역이나 경제활동 측면에서는 상하이나 광저우, 홍콩 영사관에 비하면 덜 중요한 곳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전문가인 제임스 그린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CNN에 "최근 미국 정부가 티베트 인권 침해와 관련 중국 관료들에 제재를 가한 만큼 중국 공산당이 청두 영사관을 타깃으로 하면 국내에서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청두 영사관은 중국의 육·해상 신(新)실크로드 구축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의 중심지로 떠오르는 쓰촨성(四川省)에 위치해 있다는 점, 제조업 중심지인 충칭(重慶)시와 지리상 가깝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고 NYT는 전했다.
청두 영사관은 중국 정치 스캔들 현장이기도 하다. 지난 2012년 보시라이 전 충칭 당서기와의 다툼으로 신변의 위협을 느낀 왕리쥔 충칭 공안국장이 청두 영사관에 뛰어들어 망명을 요청한 바 있다.
왕 국장은 직속 상관인 보시라이 전 충칭 당서기를 비롯해 중국 지도부의 비리 정보를 미국 측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는 왕 국장이 망명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중국 당국에 신병을 인도했다.
청두는 쓰촨성의 성도이자 중국 서남부 주요도시 중 한 곳이다. 청두 주재 미국 영사관은 1985년 설립됐으며, 이 곳 직원 약 200명 중 4분의 3이 중국인으로 알려졌다.
g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