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부진에 공항 임차료 탓...1Q 대비 적자 심화
면세품 3자 반출·임차료 축소에 4Q 호전 기대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 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 3사가 지난 2분기에만 총 162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로부터 공항 임차료를 절반 할인받았으나 여전히 수백억에 달하는 임차료를 납부한 부담이 컸다.
오는 9월부터는 매출에 비례에 공항 임차료를 납부해 고정비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또 3개월된 재고 면세품을 제3국에 반출(수출)해 얻은 수익이 잡히면서 오는 4분기에는 소폭 흑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분기 롯데 적자전환·신세계 적자심화...신라만 소폭 축소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국내 '빅 3' 면세사업자들은 연결기준 총 162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호텔롯데의 면세사업부문이 777억원, 호텔신라의 TR부문이 474억원, 신세계디에프가 37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2020.08.18 hrgu90@newspim.com |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1분기와 비교해 적자 폭이 확대됐다. 롯데면세점은 1분기 면세업계 중 유일하게 42억원의 흑자를 냈으나 2분기 적자로 전환했다. 부산점과 김해공항점 실적을 제외한 수치다. 신세계면세점은 1분기(-324억원) 대비 적자가 46억원 늘었다.
유일하게 신라면세점만 영업적자가 소폭 줄었다. 1분기 신라면세점은 490억원 적자를 기록했으나 2분기 들어 16억원가량 줄어들었다. 하지만 작년 2분기 신라면세점이 역대 최대 실적(영업이익 698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암담한 수준이다.
빅 3 면세점들은 막대한 공항면세점 임차료로 인해 적자 상태가 계속됐다. 지난 6월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관할로 6개월(3~8월) 간 공항 입점 대기업 사업자들에 대해 50% 임대료 감면이 시행됐으나, 여전히 매출 대비 지출한 임차료는 과도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공항 임차료가 적자전환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으며 상반기 누적 약 1000억원으로 추산된다"면서 "면세점 특허수수료와 세금 등 특수비용도 2분기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지난 1분기 대비 크게 줄어든 매출도 적자 폭을 키웠다. 2분기 매출의 경우 ▲롯데면세점은 전 분기 대비 2925억원 줄어든 5802억원 ▲신라면세점은 4100억원 줄어든 4392억원 ▲신세계면세점은 1782억원 감소한 3107억원을 기록했다.
공항이용객이 급감함에 따라 공항 면세점 매출은 3사 모두 전년 동기 대비 90%가량 쪼그라들었다. 1분기에는 코로나19 확산 전인 1월 실적이 있어 그나마 매출 선방이 가능했던 셈이다. 시내 면세점 매출의 경우 신라는 전년 동기 대비 48%, 신세계는 31% 감소했다.
[영종도=뉴스핌] 정일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환자 중 해외 유입 확진자가 34명으로 확인된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7.22 mironj19@newspim.com |
◆"9월이 전환점"...코로나19 추이·中 내수 육성 정책 관건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2분기가 실적 최저점일 것이라고 평가한다. 3분기부터는 공항 임차료 등 고정비가 크게 줄고 재고 면세품 판매 실적이 반영되면서 영업적자가 소폭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중국의 내수 활성화 정책에 의해 시내면세점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오는 9월부터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의 출국장 면세구역 임차료를 영업요율 방식으로 납부하게 된다. 인천공항공사가 4기 사업자 선정이 지연되면서 기존 3기 사업자와의 계약 연장을 위해 선택한 일종의 고육지책이다.
영업요율 방식은 '버는 만큼 임차료를 납부'하는 셈법이다. 면세 구역 이용자가 벌어들인 월 매출에 품목별 요율을 곱해 임차료를 내게 된다. 화장품·향수 판매 구역은 상대적으로 영업요율이 높고 주류·담배 판매 구역은 반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면세업자들이 납부할 공항 임차료는 기존 대비 크게 줄어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줄어든 매출에 연동해 임차료를 내기 때문이다. 예컨대 신세계면세점은 3~8월까지 월 180억원 수준 임차료를 감면 받았으나 9월부터 월 270억원 감면이 가능할 것이라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롯데와 신라면세점은 최장 6개월간 이 방식으로 연장 계약을 맺었고 신세계면세점은 임차료 부분 계약 변경을 앞두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기존 사업자(신세계면세점)에게서만 임대료를 그대로 받는 건 형평성에 어긋나므로 (감면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는 4분기 들어 주요 면세업체의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3개월된 재고 면세품을 해외로 반출(수출)한 매출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공항 임대료 기준 변화로 인해 신세계면세점의 4분기 영업이익은 160~170억원으로 연내 흑자전환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주요 면세점들이 의존하고 있는 따이궁(보따리상)의 향방은 변수다. 면세점들은 2분기 기준 매출은 최대 90% 수준 시내면세점이 담당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따이궁이 올리는 매출이 80% 이상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7월부터 내국인 면세 특구인 '하이난성'의 면세 한도를 인상하고 품목도 대폭 확대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 시대로 들어섬에 따라 해외 소비를 내수로 돌리기 위함이다. 이에 코로나19로 해외여행에 제한을 받은 중국인들이 하이난에 몰리고 있다.
대기업 면세점 관계자는 "한국 면세점들의 입지와 높은 알선수수료, 가격 경쟁력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따이궁들을 빼앗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중국 정부가 여러 곳에 면세 특구를 조성하고 한도를 부과하면 충분히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rgu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