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지난달 부산 가덕도 인근에서 발생한 해군 함정과 노르웨이 상선간 충돌 사고의 원인이 교신 내용 파악 오류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20일 강대식 미래통합당 의원은 해군·해양경찰청·해양안전심판원(해양수산부 산하)으로부터 자료를 제출 받아 "지난달 15일 오후 2시경 승조원 40여명이 탑승하고 있던 1200톤급 해군 잠수함 '잠지수함'과 승선원 34명이 탑승하고 있던 6807톤급 노르웨이 상선 '호그런던호(號)' 간의 사고 원인은 교신 내용 파악 오류 때문"이라고 밝혔다.

강대식 미래통합당 의원. [사진=강대식 의원실 제공]

강 의원에 따르면 충돌 직전까지 잠지수함과 호그런던호 간의 교신은 없었다. 대신 호그런던호는 전방 우측에 있던 제3의 해군 함정과 혼선을 했는데 이에 따라 혼선이 빚어져 사고가 발생한 것이었다고 강 의원은 전했다.

당시 제3의 해군함정은 "현 침로(직선 항해) 및 속력을 유지하겠다"며 호그런던호에 교신했지만, 호그런던호는 이를 마주오던 잠수함과의 교신으로 오인해 '좌현(뱃머리 왼편) 대 좌현 통과'로 인식하고 우현변침(항해 중 침로 변경)했다.

그러나 위 교신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던 잠수함은 배 전면으로 항로를 튼 호그런던호를 피하기 위해 급히 속력을 내 좌현 회피기동을 시도했고, 결국 함미(잠수함 꼬리) 부분이 다 빠져나오지 못한 채 호그런던호 뱃머리와의 충돌로 이어졌다.

이 사고로 잠수함은 스크류 4개가 떨어져 나갔고 수평타와 음탐기 등이 손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호그런던호는 뱃머리 하단에 구멍이 뚫렸고 뱃머리 정중앙 부분 3곳이 휘어지는 피해를 입었다.

강대식 의원은 "자칫하면 대형참사가 났을 수 있지만, 양측 인명 피해가 없어 천만다행한 일"이라며 "특히 잠수함의 경우 부상상태 항해시 충돌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더더욱 사고예방을 위해 배와 교신, 항로 이탈시 기적소리 발송, 안전속력 준수, 충돌회피를 위한 동작 등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군 관계자는 "(상선과의 교신 부재에) 충돌 시점이 오후 2시경으로 낮이라 교신이 굳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인명피해가 없는 데다 자력으로 귀항했으며 승선 인원들의 현명한 판단으로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였다"고 해명했다.

현재 해경과 해양안전심판원은 본 건에 대해 각각 수사 및 조사 중이다. 조사 결과 책임 여부에 따라 해군 측이 자부하는 1990년 6월 잠수함사령부 창설 이래 '30년 잠수함 무사고' 기록이 깨질 가능성도 있다.

강 의원은 "해군은 충돌사고시 큰 인명피해가 있을 뿐 아니라 전력공백이 발생하기 때문에 해상수칙만 지키면 괜찮겠다는 안이한 생각을 버리고, 충돌사고 예방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