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플랫폼, 책임 없이 '통행세'만 받아선 안 돼
기존 금융규제 그대로 적용하는 것도 무리수
소비자 보호 및 편익 증대 위한 논의 필요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기존 금융회사와 빅테크 기업간의 공정경쟁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새로운 규제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디지털금융 전환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일부 빅테크 기업들은 기존 규제는 적용 받지 않은 채 금융사와 경쟁하고 있다"며 "초기에는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해당 업체들을 지원해 줬지만, 이제는 공정경쟁을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례로 네이버파이낸셜의 경우 '전자금융업자'로 등록돼 있을 뿐 은행업, 여신업 관련 라이선스는 보유하고 있지 않다. 직접 예금을 받거나 대출을 하는 대신 '중개업자'로서 기존 금융사들과 협력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사실상 은행, 보험사와 다를 게 없다"며 "수천만 고객 수를 바탕으로 '꼼수 경쟁'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다고 이들 기업에 기존 금융업 규제를 그대로 적용할 수도 없다. 직접 예금하거나 대출하는 게 아니어서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이나 BIS자기자본비율과 같은 기존 잣대로는 평가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전세계적으로 디지털금융이 발전하면서 비슷한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플랫폼이라고 해서 거래의 책임은 지지 않고 '통행세'만 받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플랫폼과 제휴하는 금융회사의 힘이 셀 경우, 당국이 해당 금융사만 감독해도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금융사가 플랫폼에 의지하는 구조여서 금융당국도 이를 감안해 규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선 네이버 등 거대포털 플랫폼의 금융서비스 제공에도 강력한 '규제 및 감독장치'를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플랫폼을 통한 새로운 방식의 금융상품 판매로 발생할 위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특히 거대 플랫폼이 소수 금융사하고만 협업하거나 불공정 계약을 통해 경쟁을 저해하지 않도록 규제 및 감독장치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규제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다. 한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기존 제도권 금융에는 최소한의 위험고지나 예금자보호 등 다양한 방어막이 있다"며 "그러나 빅테크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금융상품에 대한 경각심은 낮아지고, 수수료 인상에 따른 소비자 피해 등도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정부도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문제점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물론 공정거래위원회까지 포함해 ▲빅테크 기업들이 정상적인 시장 역할을 하는지 ▲불공정거래는 없는지 ▲과도한 수익 창출로 시장 질서를 혼란에 빠뜨리는지 ▲소비자들의 편익이 늘어나는지 등을 논의해 문제점이 있을 경우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회사'가 아닌 네이버파이낸셜이 금소법에서 제외될 것이란 소문이 돌자 금융위는 "필요할 경우 시행령(대통령령)으로 금융회사를 지정할 수 있다"며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사안을 논의 중"이라고 답했다.
결국 효과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빅테크 업체들을 금융그룹 감독제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그룹 감독제도는 여수신·보험·금투업 중 2개 이상 업종을 영위하는 금융그룹 중 금융지주를 제외한 그룹을 대상으로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령으로 지정하면 플랫폼 기업도 감독그룹에 포함시킬 수 있다"며 "단순히 금융규제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공정거래,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통합 관리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