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행동 앞선 김종인, 수해 피해 땐 호남 봉사활동
당내 평가도 긍정…"당 역사상 가장 안정적인 모습"
코로나19 확산에 극우세력과 선긋기…호남에 손 내민다
[서울=뉴스핌] 김태훈 기자 = 지난 4·15 총선에서 참패를 당한 뒤 혁신과 쇄신을 위해 지휘봉을 잡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취임 100일을 맞이했다.
잇단 선거 참패로 민심을 잃은 국민의힘의 요청으로 구원등판한 김 위원장은 이른바 '탈보수'를 추구하며 당의 체질을 바꾸는 데 어느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은 취임 100일을 맞이해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개정한 데 이어 정강·정책까지 새롭게 수립하며 당 정비 절차를 마쳤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국위원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20.09.02 kilroy023@newspim.com |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당 구성원들에게 보수, 진보 등 이념을 상징하는 단어들을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시대정신에 따라 더이상 국민들이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다.
국민의힘 취임 후 이전 보수정당 대표들과는 다른 행보를 걸었다. '약자와의 동행' 슬로건을 내걸고 "모든 국민들은 빵을 먹을 수 있는 자유가 필요하다"며 기본소득을 꺼내들어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김 위원장은 '한 발 빠른 행동'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역대 최장 기간 장마로 수해 지역이 급속히 늘어날 때 자원봉사를 자처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호남 지역에도 수해지역 행보를 이어가며 민심잡기에 나섰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당에 요구하고, 광주 5·18민주묘지를 찾아 보수정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추모탑 앞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 당이 역사상 이렇게 안정적일 때가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계파싸움 등으로 당이 안정적이지 않았는데, 김종인 위원장이 온 뒤 당 운영을 잘해서 (민주당을) 역전할 발판을 만들었다고 본다"고 전했다.
법조계 출신인 초선 의원은 "기대했던 것보다 정치적 각오와 능력이 뛰어났다"며 "정무적인 감각이 상당히 뛰어난 것 같다. 상당히 고수다. 상대적으로 저쪽(민주당) 대표에 비해 2~3수 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제 우리 당은 언론과 문화 등 모든 면에서 포위돼 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의 모습을 보면 여유가 있어 보인다. 한마디 한마디가 상대를 조급한 하수로 보이게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중진 의원 역시 "(김종인 위원장이) 현재 현황에 대해서 제대로 맥을 짚는 것 같다"며 "우리 당의 당명과 정강·정책 개정 과정도 순조롭게 진행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2020.08.21 kilroy023@newspim.com |
이같은 김종인 위원장의 행보가 당 지지율로 나타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줄곧 하락세를 걷던 당 지지율이 지난달 민주당을 역전하기도 했다.
다만 아직 과제는 남아있다. 태극기 세력이라 불리는 극우세력과의 선긋기다. 김종인 위원장은 지난 8·15 광복절 집회를 주도했던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때문에 코로나19 재확산의 원흉으로 지목될 때에도 단호하게 거리를 뒀다.
또 호남 지역의 민심 확보를 위해 국민통합위원회를 출범, 호남 출신인 정운천 의원을 위원장으로 내세웠다.
김 위원장의 과제로는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 나설 후보를 띄우는 것이 남아있다.
taehun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