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과 2014년 오욕 되풀이 안 돼…의료계 감독기구 필요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전국 의대생들이 선배 의사들을 향해 정부와의 투쟁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11일 호소문을 발표, "선배들은 병원과 학교로 돌아갔다. 학생들은 홀로 남아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의대협은 이어 "우리 자신을 내려놓음으로 일궈낸 비옥한 토양 위에, 건강한 의료를 선배들과 함께 길러나가고 싶다. 언제나처럼 우리를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리라 믿는다"며 "올바른 의료를 위해 움직였던 투쟁의 유일한 이유를 우리 몸에 다시금 아로새기며, 함께해 주길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의대협은 지난 6일 단체행동을 유지키로 한 데 이어 전날부터 이날 새벽까지 대의원회의를 열고 동맹 휴학을 계속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다만, 의사 국시 거부 지속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을 내지 못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대한의사협회] |
의대협은 이날 호소문에서 "우리는 그저 앞으로 책임져야 할 환자 앞에 떳떳한 의사가 되고 싶었다"면서 "전문가 집단이 철저하게 배제된 정책에 항거했고, 당정청이라는 거대한 벽이 던지는 폭거에 맞섰다. 비와 땀에 절어도 거리로 나서 피켓을 들고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고 했다.
이어 "학생들을 시작으로 의료계 모두가 움직였다. 완벽히 원하는 내용과 절차는 아니었지만 당정과 합의도 이뤄냈다"며 "하지만, 당정과의 합의는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망가졌다. 대한의사협회 회장에 대한 신뢰는 무너졌고, 대한전공의협의회의 결정에 슬퍼했다. 그러나 우리마저 멈출 수는 없었다. 빛나던 우리의 투쟁이 역사의 먼지에 파묻혀 퇴색되기 전에 움직여야 했다"고 강조했다.
의대협은 명분 없는 투쟁 아니냐는 비난에도 투쟁했고, 앞으로도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 다짐했다.
이들은 "남은 명분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는다. 구제만을 위한 이기적인 투쟁이라며 비난과 질타가 이어진다"며 "그렇지만 연대를 멈추지 않았다. 흐트러지지 않는 오와 열로, 온전히 스스로의 권리인 수업 거부와 동맹 휴학, 국가시험 거부를 유지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정치를 모르는 청년들은 분노하며 스스로 되물었다. 왜 투쟁했고 무엇에 싸웠는지 되돌아봤다"며 "냉철한 이성으로 현실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새로이 뜬 눈으로 의료를 해하려는 움직임을 바라본다. 또다시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려 슬그머니 움직일 때 다시금 연대를 부르짖을 것이다. 다시금 투쟁할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의대협은 "2000년과 2014년의 역사를 본다. 정당한 목소리를 내려 학교와 병원을 떠나야 하는 아픔을 본다. 그 오욕을 되풀이하지 않으려 얼룩진 옷매무새를 바로한다"며 "승리도 중요하지만 승전고를 울리는 것도 중요하다. 2020년, 오늘 우리의 승전고는 건설적이고 합리적인 의료 정책 추진을 항시적으로 감시, 운영할 수 있는 의료계의 감독기구다"라고 천명했다.
이어 "학생으로 시작해서 학생으로 끝내겠다. 이 조용한 투쟁에 부디 함께해 달라. 외로운 낙동강 오리알이 아니라, 건실한 둥지에서 떳떳한 의사로 클 수 있도록 도와 달라. 선배들과 스승들께 읍소한다"며 "저희와 함께 두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 달라"고 덧붙였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