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통 "일거리 없어지자 위조화폐 제조·사용 속출"
"단속만 할 게 아니라 먹는 문제 해결해야" 불만 고조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북한 주민들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생계난에 시달리면서 위조화폐 범죄까지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내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코로나19로 심각한 생활고를 겪고 있는 주민들이 위조화폐를 제조하고 사용하는 생계형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삭주 로이터=뉴스핌] 김선미 기자 = 지난 2018년 8월 북한 평안도 삭주군 압록강 인근에서 철조망 너머로 북한 군인들과 주민들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평안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얼마 전 성천군 장마당에서 한 남성이 가짜 돈을 사용하다 현행범으로 붙잡혔다"며 "몇 달 전부터 장마당에서 가짜 돈이 돌고 있다는 장사꾼들의 신고를 받은 시장관리소 감독원과 사복차림의 안전원이 매일 장마당을 순회하던 중 위조화폐 사용자를 현장에서 적발한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위조화폐를 사용하다 붙잡힌 사람은 평안남도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는 30대 남성으로 컴퓨터 인쇄 기술자인데,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돈벌이가 막히면서 먹고 살기가 막막해지자 자택에서 술 상표를 찍어내던 컴퓨터와 인쇄기(프린터)를 이용해 액면가 5000원짜리 조선돈을 찍어내고, 가짜 돈으로 장마당에서 식량과 부식물 등을 구매했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아울러 "지금까지 이 남성이 불법으로 찍어낸 위조화폐는 30장 정도인데, 그 중 장마당을 비롯한 음식점에서 사용한 위조화폐는 15장으로 조사됐다"며 "한 가정의 가장으로 성실하게 살던 이 남성이 위조화폐를 찍어내는 범죄를 저지른 동기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감행한 생계형 범죄였다"고 부연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북한) 공화국형법에 따르면 (내·외화) 화폐를 위조하고 그 위조화폐를 직접 사용한 자에 대해서는 '화폐위조죄'와 '위조화폐사용죄'가 적용되며, 범죄의 정도에 따라 5년 이상 무기노동교화형에 이르는 처벌을 받게 돼 있다"며 "해당 형법에 따라 이 남성은 최소 5년 이상의 교화형을 받게 됐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의주군에서 한 가두여성(주부)도 1000원짜리 화폐에 새겨진 '1000'이란 숫자를 5000(원)으로 변조해 사용하다 사법기관에 붙잡혔다"며 "이 여성은 날이 어두워지면 장마당에서 쌀이나 채소를 팔고 있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액면가를 변조한 화폐를 사용해왔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해도 이 여성은 달리기(장거리 보따리)장사로 가족을 먹여 살리던 평범한 주부였다"며 "그러나 코로나19 방역이 최대비상사태로 선포되고 주민 이동이 통제돼 돈벌이가 완전히 막히면서 식량도 사기 힘든 극한상황에 이르자 색연필과 볼펜을 이용해 1000원짜리 화폐를 5000원으로 위조하는 범행을 저질렀다"고 언급했다.
소식통은 또 "두 명의 자녀가 달려있는 이 여성에게도 사법기관에서는 내화를 변조해 사용한 '화폐위조죄'와 '위조화폐사용죄'를 적용하여 감옥에 수감해놓은 상태"라며 "엄마가 감옥에 구금되자 집에 있던 자녀들은 길거리를 방황하고 있어 또 어떤 범죄를 저지를지 모르는 상황에 놓여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당국은 장기간 지속되는 코로나19 사태로 생계의 막다른 골목에 몰린 주민들 속에서 위조화폐 등 새로운 범죄들이 발생할 때마다 주민들을 단속하고 감옥에 가두는 것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그러나 주민의 먹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아무리 사법통제를 강화한다 해도 생계형 범죄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