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의 자유·성적 자기결정권 동시 침해…위험성 커"
"강간 등에 다른 행위 더해질 경우 새로운 평가 가능"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주거침입을 통해 준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자를 같은 방식의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죄와 마찬가지로 중형에 처하도록 한 법률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주거침입으로 준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자를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중 관련 부분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과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재판관 전원 일치된 의견으로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의 모습. /김학선 기자 yooksa@ |
헌재는 주거침입죄와 준강제추행죄가 결합된 '주거침입준강제추행죄'는 주거의 자유와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두 가지 보호법익을 동시에 침해하는 범죄로, 행위의 위험성이 커 가중처벌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헌재는 "준강제추행죄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상대로 추행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강제추행과 다르다"면서도 "성폭력 범죄에 대해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피해자의 정신적·신체적 사정을 이용해 추행하는 특성상 비난 가능성이나 불법성이 결코 약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생활의 기초 공간에서 더구나 피해자 스스로 자기를 방어할 수 없는 상태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할 경우 그 피해가 매우 심각할 수밖에 없다"며 "이에 입법자는 특별형법인 성폭력 처벌법에 '주거침입준강제추행죄'라는 범죄를 별도로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죄에 대한 중한 법정형을 정한 것에는 수긍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며 "범죄의 죄질 및 행위자의 책임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헌재는 주거침입준강제추행죄를 주거침입강간죄와 마찬가지로 법정형의 하한을 동일하게 정한 점 역시 형벌체계상 균형을 상실한 것이 아니라고 봤다.
헌재는 "강제추행, 유사강간, 강간 등에 다른 행위 요소가 더해진 결합법 구성요건을 특별형법에 신설하는 경우 형법전의 평가가 반드시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며 "더해지는 행위 요소가 무엇이냐에 따라 새로운 평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각종 성폭력 범죄가 흉포화, 집단화, 지능화, 저연령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별형법을 제정하게 된 사정을 감안하면 주거침입준강제추행죄의 법정형이 주거침입강간죄보다 가볍게 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형벌체계상 정당성이나 균형성을 현저히 상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헌재에 따르면 이 사건 청구인은 지난 2017년 8월 18일 새벽 4시 30분경 제주시에 소재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2층 침대에서 자고 있던 피해자의 음부를 옷 위로 1회 만진 혐의를 받았다.
그는 이듬해 3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같은 해 6월 형이 확정됐다. 청구인은 1심 재판 과정에서 주거침입강제추행죄에 관한 법률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지만 1심에서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청구인은 준강제추행으로 인정되는 행위 유형은 매우 다양하다며 법정형의 폭을 행위의 개별성에 맞춰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형법상 준강제추행죄가 강간죄보다 형이 가벼움에도 주거침입준강제추행을 주거침입강간과 같은 법정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도 호소했다.
헌재는 관련 조항이 지나치게 과중하거나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상실했다고 볼 수 없다며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및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다고 합헌 결정을 내렸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