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수의계약 의향조사 진행...CDFG·듀프리 포함
사장 공석에 임대료 낮추기 어려워..."올해 넘길 듯"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 면세점 운영 역사상 초유의 '세 차례 연속 유찰' 사태를 빚은 인천공항공사가 오는 11월부터 면세 사업자들과의 수의계약에 돌입한다.
롯데와 신라, 신세계 등 국내 사업자뿐만 아니라 듀프리와 CDFG 등 해외 사업자도 잠재적 계약 대상에 포함된다. 일반 경쟁입찰과 달리 사회공헌 등 사업자 평가조건이 완화될 수 있어 해외 사업자에게도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달 수의계약 의향조사...듀프리·CDFG도 관심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제1여객터미널(T1) 면세점 4기 사업자 선정을 위해 수의계약 의향조사를 준비 중이다. 앞서 6개(DF2·3·4·6·8·9) 구역에 대해 세 차례 경쟁입찰을 진행했으나 모두 유찰되면서 수의계약을 시도한다는 입장이다.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2020.10.13 hrgu90@newspim.com |
이번 의향조사에 공사가 접촉하는 곳은 해외 사업자도 포함된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의향 조사를 진행 할 계획이나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해외 사업자도 계약 대상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내 공항 면세점 운영 업체 중 해외 사업자를 배제한다는 조항은 없다. 앞서 인천국제공항 T1 3기 사업자를 선정할 때도 글로벌 최대 면세사업자인 듀프리와 대만의 킹파워가 입찰 조건 설명회에 참여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은 입찰에 정식으로 참여하지는 않았다.
국내 업체들이 수의계약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해외 업체의 입점 가능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마지막으로 진행된 3차 입찰에서 유일하게 신세계면세점이 입찰의향서를 제출했으나 입찰 마감 당일 가격제안서를 제출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특히 듀프리와 중국 국유 면세업체인 CDFG(China Duty Free Group)가 경쟁력 있는 계약 대상으로 거론된다. CDFG는 중국 8개 면세 사업자 중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업체로 정부의 하이난 면세구역 사업 확장에 따라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CDFG는 상반기 글로벌 면세점 매출 순위에서 전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면세업계에 따르면 CDFG는 이번 3분기 영업이익 또한 전년 동기 대비 38.9% 늘어난 158억3000만위안(약 2조6729억원)을 기록했다.
[영종도=뉴스핌] 정일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환자 중 해외 유입 확진자가 34명으로 확인된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7.22 mironj19@newspim.com |
◆관건은 임대료 조건...업계 "연내 계약 어렵다"
공사가 수의계약으로 방향을 굳힌 배경에는 적자 전환 위기감이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인천공항공사는 매출 1조1672억원(전년 대비 -42%), 당기순손실 163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17년 만에 적자 전환이다. 상업 수익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면세점 임대료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공사와 해외 사업자가 수의계약을 진행할 경우 가격 조건 협의가 최우선 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해외 사업자가 경쟁입찰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이유는 평가 방식 때문이었다. 공사는 사업자 선정시 높은 임대료를 제시했는가와 동시에 사업 이력, 사회공헌활동 등도 평가한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 가격 조건은 해외 사업자도 수긍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A대기업 면세점 관계자는 "그 동안 해외 업체들이 인천공항에 입점하지 않은 게 아니라 못한 것이다"라며 "국내 사업자들이 국가 사업 시너지를 위해 인천공항의 값비싼 임대료를 감내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의계약에 반응하는 사업자가 전무하거나 일부 구역 입점에 불과하다면 공사가 4차 입찰을 준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현재 구본환 인천공항공사 사장 퇴진 이후 부사장의 직무대행 체제가 유지되고 있어 가격 조건 완화가 어려울 것이란 분위기다.
대기업 면세점 구역(DF2·3·4·6)은 3기 사업자가 내년 2월까지 연장 운영할 계획이다. B 대기업 면세점 관계자는 "롯데와 신라가 연장 운영을 하고 있으므로 공사도 내년 2월까지는 여유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의계약 실패로 4차 입찰을 준비한다면 롯데와 신라에 추가 연장을 요청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rgu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