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박다영 기자 = 정부와 의료계가 의사 국가시험(의사 국시) 실기시험 재응시 기회 부여를 두고 대치중인 가운데 보건당국이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보건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의사 국시에 대한 정부의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다만, 보건 당국으로서 의료수급, 응급실 필수의료 공백 등의 문제가 고민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시 접수 기간을 이틀간 연장하면서 의대생들에 시간을 줬는데도, 당시 의대생들이 회군을 하지 못해 아쉬웠다"며 "(국시 응시 거부는) 의대생들의 실책이기도 하고 의대생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고도 전했다.
의사 국시 재응시 기회 부여가 불가능하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을 강조하면서도 '국민 생명 보호'가 우선인 보건 당국으로서 당장 내년 발생할 의료인력 수급 문제가 상당히 우려된다는 얘기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제85회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이 열린 지난 8일 오전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으로 관계자가 들어서고 있다. 이날 오전으로 예정되었던 시험시간이 응시율 14%에 그쳐 오후 시간대로 축소 진행될 예정이다. 2020.09.08 mironj19@newspim.com |
앞서 지난 7월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발표하자 8월 의료계는 이에 반발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의대생들은 이에 동참해 국시 응시를 거부하고 동맹휴학에 들어갔다.
의대생들이 국시 응시를 거부하자, 정부는 의사 국시 마감 기한을 지난 8월31일에서 9월6일로 연장했다. 하지만 접수자는 전체 응시대상 3172명의 14%인 436명에 그쳤다. 결국 국시 응시생은 전년보다 2700여명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국시를 치르고 내년 인턴으로 배출되는 인력 역시 2700여명이 부족해진다. 이후 2년차, 3년차, 4년차 레지던트, 전임의 등도 연쇄적인 수급 부족 문제를 피할 수 없다. 의료 취약지에서 근무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와 군의관 수급 부족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의료계는 의대생들에 국시 재응시 기회를 부여하지 않으면 당장 내년부터 의료 현장에서 인턴, 공보의, 응급실 등 필수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정부는 입원전담전문의, 간호사 등 전문 인력을 활용해 인턴 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공보의 배치를 조정하면 큰 문제는 없다고 의료계 주장을 반박해왔다.
이 관계자는 "수도동귀(殊塗同歸)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길은 다르지만 돌아가는 방향의 끝은 같다'는 의미"라며 "국민 생명 보호와 환자 안전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의료계와 우리(정부)의 방향은 달라도 목적지는 같다"고 했다.
지난 4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종합정책질의에서 '(의사 국시 관련) 가장 큰 애로는 국민들이 새로운 기회를 주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하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도 "재응시 기회 부여가 불가능하다는 기존 정부 입장과 같은 맥락으로 보면 되지만 보건 당국으로서의 고민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보건 당국의 이 같은 속내에 대해 일각에선 의료계에 대한 국민 반감, 여타 국시와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국시 재응시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있는 정부내 미묘한 입장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이른 추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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