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동안 만감 교차...가족과 직장 동료들에 민폐 걱정 가장 커"
검사자 270만명 육박...내국인 20명 중 1명 검사 경험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기다리는 동안 온갖 생각이 다 들더라. 매일같이 사무실에서 편하게 얘기 나누던 동료들이 문득 떠올랐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집에 있는 아내와 어린 딸 생각에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얘기가 아니다. 열이나 증상은 없었지만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 등의 이유로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심정이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2만7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검사를 받은 사람이 국내 확진자수의 100배인 270만명에 달한다. 지난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에서 코로나19 검사 건수는 9일 0시 기준으로 270만 9199건이다.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선별진료소 모습. [사진=윤창빈 사진기자] |
이 가운데 중복된 검사건수가 있지만 대략 내국인 20명 중 1명은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셈이다.
사실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서도 산발 감염이 발생, 우리 주변에서 코로나19 검사 경험이 있는 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마스크 착용이나 손 씻기 등 방역수칙을 지키더라도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 등 위험요인은 언제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A씨는 지난 8월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아침 일찍 선별진료소를 방문했는데 앞에 2명 대기자가 있어 30분 정도 기다린 뒤 검사를 받았다. 검사 자체는 1분도 걸리지 않는다. 다만 대기 시간은 꽤 길었다. 이유는 환기 때문.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은 검사 후 환기를 몇 분 간 한 뒤 다시 검사를 진행한다.
그가 선별진료소를 찾은 이유는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기 때문이다. 발열이나 호흡기증상은 따로 없었지만 가족과 직장동료 등을 감안해 확실히 해두자는 생각에서 자진해서 검사를 받았다.
검사가 끝난뒤 진료소에선 결과를 다음날 알려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A씨가 "검사 결과가 너무 늦게 나오는 게 아니냐. 나와 접촉한 사람들도 있으니 조금 더 빨리 알 수 없겠느냐"고 문의하자 당일 밤 결과를 보내줬다. 음성 판정 문자 메시지다.
"기다리는 동안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나는 건강하니 괜찮겠거니 했지만 직장이 폐쇄되고 접촉한 사람들에게 연락이 가면 민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 사무실에서 편하게 얘기 나눴던 동료들이 떠오르니 상당히 미안했다." 결과를 기다리면서 들었던 A씨 생각이다.
인천에서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 B씨도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검사를 받은 경우다. B씨는 지난 8월 회사 점심시간을 활용해 나사렛국제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검사는 15분만에 끝났다.
B씨가 검사를 받은 이유는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다는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는데 문제는 열이 났고 불안했다고 한다. B씨는 "확진될까 걱정이 됐고 전파력이 높다고 하니 주변에 옮겼을까 두려웠다. 검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다른 사람에게 옮길까 걱정도 됐다"고 기억했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24일 오전 광주 서구청 선별진료소에 코로나19 진단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2020.08.24 yb2580@newspim.com |
금융회사에서 임원으로 있는 C씨는 최근 집 근처 대형병원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C씨는 골프장에서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확진자의 바로 뒷팀이었다.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건 아니었지만 직업 특성상 고객을 많이 만나다보니 불안감이 들어 자진해 검사를 받으러 갔다. C씨는 "병원에 가서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검사를 받으러 왔다 하니 바로 옆 대기하던 사람들이 이를 듣고 다들 서너발자국씩 물러섰다. 간호사도 더 경계감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검사 결과가 나오는 데 까지 3시간여. 그에겐 이 시간이 상당히 길게 느껴졌다고 한다. "최근 누구를 만났는지, 양성이 나오면 뭐라고 이야길해야 하나, 이번 연말 인사 때 영향은 없을까. 별 생각이 다 들었다"고 털어놨다.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아 다행이었지만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순간이었다고 한다.
직업의 특성상 2회 이상의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광주광역시에 있는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D씨는 지난 주 서울에 올라와 있었지만 정부에서 요양병원 종사자를 대상으로 전수검사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일정을 앞당겨 서둘러 광주로 향했다. 집안에 환자가 있어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던 D씨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검사는 요양병원이 위치한 지역의 보건소에서 나와 진행했다. 요양병원 전수검사의 경우, 주말에 시행할 때 양성에 대해선 바로 검사 결과를 통지해 격리조치에 들어가고, 음성인 경우 월요일에 통지하곤 한다.
D씨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9월 언니가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는 동안 보호자로 있었는데 당시 보호자들 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검사도 받았다. 당시 검사 결과는 6시간만에 나왔다.
한편 방역당국과 학계에서는 코로나19의 확진자수가 두 자릿수와 세 자릿수를 오르내리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방역수칙 준수와 함께 증상이 있을 경우 망설이지 말고 검사를 받을 것을 권하고 있다.
권준욱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연말 모임이나 각종 행사 참석 시 마스크 착용, 손 씻기, 2미터 거리두기 및 환기와 표면 소독 등 방역수칙을 충실히 지켜달라"며 "또한 발열·기침 등 의심 증상이 있을 경우 신속하게 검사를 받아 달라"고 당부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코로나19의 증상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독감 등 다른 질환과 구분하기 어렵다"며 "고령이거나 지병이 있는 사람은 의심 증상이 있다면 지체 없이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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