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연구소, 지구 전체 온도는 하강하지만, 동아시아 온도 상승
열대수렴대 북상으로 동아시아에 따뜻한 공기 유입
[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남극 빙하가 녹으면 한반도가 더워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남극 빙하 용빙수가 지구 온도를 낮춰 온난화를 지연시킨다'는 이전 연구를 흔드는 결과다.
16일 극지연구소는 남극에서 녹아내린 빙하가 동아시아를 데우는 기작(매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를 통해 남극 빙하 용빙수가 지역별로 각기 다른 영향을 줄 수 있음이 새롭게 확인된 것.
남극의 빙하 [자료=로이터 뉴스핌] |
연구결과, 남극바다에서 유입된 찬 물은 적도에 위치한 열대수렴대를 북쪽으로 밀어 올렸다. 해빙이 늘면서 지구 밖으로 반사되는 태양빛이 많아져 남반구 온도가 떨어진 데 따른 영향이다. 열대수렴대 북상으로 북태평양 서쪽 고기압은 강해졌고, 동아시아로 따뜻한 공기가 흘려들어 가면서 온난화를 부추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열대수렴대는 북반구와 남반구의 무역풍이 적도 부근에서 수렴하는 지역을 말하며, 계절에 따라 남북으로 이동한다.
이 결과는 빙하가 녹은 차가운 물은 남극바다 표면의 수온을 낮추고 바다얼음(해빙) 형성을 도와 일정기간 지구 온난화를 늦추는 것으로 알려진 그간의 연구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번 연구를 통해 남극 빙하가 녹는 것이 전반적인 지구 온도를 낮추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에선 오히려 기온을 높일 수 있음이 새롭게 드러난 것이다.
이번 연구는 극지연구소, 포스텍 국종성 교수 연구팀, 독일 헬름홀츠 해양연구소 등 국제공동연구팀을 구성해 진행했다. 연구팀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최근 빠르게 녹고 있는 남극 현재 모습을 반영한 시나리오와 수치모델 기법을 활용해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남극 빙하에서 녹은 물이 동아시아 온도를 0.2도 이상 끌어올린다고 예측했다. 또 동아시아 온난화 현상은 남극 빙하 녹은 물이 유입되고 22~71년 뒤에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판단했다. 같은 기간 지구 평균 온도는 0.2도 넘게 감소해, 동아시아의 상대적인 지역 온난화가 두드러질 것으로 봤다.
진경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남극과 동아시아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열대 지역을 매개체로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남극이 녹으면서 나타날 지구와 한반도의 미래 모습을 정교한 시나리오로 찾아내, 기후변화 대응에 활용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해양수산부 연구과제인 '서남극 스웨이츠 빙하 돌발붕괴의 기작규명 및 해수면 상승 영향 연구'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미국 학술지 지구물리학연구회보 (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11월 게재됐다.
swiss2pa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