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15일 임시 주총 열려...'사내이사 선임건' 등 처리
소액주주, 황재우 전 대표 지지...'주총 성립 지분 확보'는 숙제
현 경영진, 주총 대비해 '우호 지분' 확대중
[편집자] 이 기사는 12월 10일 오후 3시54분 AI가 분석하는 투자서비스 '뉴스핌 라씨로'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선박용 통신 장비 제조사 삼영이엔씨의 '경영권 다툼' 2라운드가 시작될 전망이다. 소액주주 대표단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시 주주총회 소집 허가'의 소를 법원이 승인하면서다. 지난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가 의결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던 만큼, 소액 주주들이 충분한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영이엔씨는 오는 1월 15월 회사는 임시 주총을 열고 사내·사외이사를 각각 2인씩 선임하는 안건 등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번 임시 주총 결과로 향후 경영권 향방이 갈릴 수 있어 현 경영진과 소액주주들 모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소액주주 대표단은 최대주주 황원 회장 밑에서 오랫동안 경영 수업을 받아온 황재우 전 대표이사를 지지하고 있다. 황 전 대표가 이번 임시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될 경우 남매 간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영이엔씨의 최근 1년 간 주가 변동 현황. 2020.12.20 [사진=네이버금융 캡처] |
삼영이엔씨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된 시점은 올해 초 부터이다. 창업주 황원 회장이 후계자로 낙점한 황재우 전 대표이사가 대표이사직에서 밀리며 소액주주들은 "경영진이 경영권 방어에만 몰두해 경영공백을 만들고 있다"며 소송전에 돌입했다.
앞서 황 회장은 지난 2018년 5월 건강이 악화되자 황 전 대표이사를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각자 대표이사는 권한을 독립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 공동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공동 대표이사보다 막강한 힘을 가진다. 사실상 황 회장 동의 없이도 회사 주요 사안에 대해 결정 할 수 있도록 '후계자 인계' 수순이었다.
황재우 각자 대표이사 체제는 1년도 못 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2019년 3월 황 회장의 차녀인 황혜경 당시 기획이사와 장녀의 사위 이선기 경영지원 상무이사가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들은 1주일 만에 이사회를 통해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공동 대표이사 체제로 바꾸고, 황 전 대표이사와 함께 신규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황 전 대표이사는 올해 4월 공식적으로 경영권에서 배제됐다. 앞서 3월30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가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무산됐기 때문이다. 당시 안건으로 올랐던 '황재우 재선임의 건', '2019회계연도 재무제표 승인' 등이 모두 처리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황혜경, 이선기 현 공동 대표이사가 경영권을 장악하게 됐다.
주주총회 의결 정족수가 미달된 배경에는 남매의 후계 다툼이 있었다. 주총 직전 법원은 병환인 황 회장을 대신해 부인 노은아씨를 성년후견인으로 지정했는데, 장·차녀는 이에 불복하고 항고에 나섰다. 노씨는 남편의 뜻에 따라 장남인 황 전 대표이사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지분 30.95%를 보유한 대주주 황 회장의 의결권은 누구도 행사하지 못하고 발이 묶인 상태다. 소액주주들은 회사의 경영공백을 우려하며 항의 집회, 소송 등을 이어오고 있다. 이 가운데 부산고등법원은 지난 9월 말 소액주주 대표단이 낸 '임시총회소집허가' 항고를 받아들여 임시 주총 허가를 결정했다.
다만 이번 임시 주총에는 당초 소액주주 대표단이 요구한 황혜경·이선기 공동 대표이사 해임안 등은 오르지 못했다. 9개월 가까이 공백이었던 사내·사외이사, 임시의장, 감사 선임의 건을 비롯해 지난 주총에서 처리하지 못했던 지난해 재무제표 승인의 건 등이 안건으로 오를 예정이다.
삼영이엔씨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주식소유 현황(2020년 9월30일 기준) [사진=전자공시시스템 다트] |
현 경영진은 임시 주총에 대비해 경영권 방어책을 세우는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황혜경·이선기 공동 대표이사의 보유 지분은 각각 1.05%, 1.19%에 불과하다. 이들은 우호적인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유효 지분을 확보해 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임시 주총 공시 직후 이어진 자사주 매각이 경영권 보호를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삼영이엔씨는 지난 9일 42억 원 규모의 자사주 55만5000주를 수성자산운용, 원베스트벤처투자 등에 팔았다. 처분 목적은 연구개발(R&D) 투자재원 등을 위한 유동성 확보지만, 자사주가 제3자에게 넘어갈 경우 경영권 방어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포석이란 분석이다.
삼영이엔씨 관계자는 "경영진이 여려 방면으로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해 대비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미리 알려져서 좋을 것 없으니 대외비로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주주총회를 위한 지분 확보 자체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주주총회를 위한 의결 정족수는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이다. 대주주 의결권이 무용지물인 상황에서 소액주주 지분만으로 의결정족수를 모으기는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경영권 분쟁 중임에도 올해 연초 대비 50% 이상 오른 주가 역시 부담이다.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가 폭락한 다른 상장사와 달리 높은 주가가 유지되며 주주들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동력이 부족하다는 점 때문이다. 소액주주 대표단은 법정 싸움에 이어 주총 성립을 위한 지분 확보를 다음 숙제로 떠안게 됐다.
황 전 대표이사는 최근 2000주를 장내 매입해 지분 0.02%를 확보했다. 우군인 모친 노 씨 지분은 3.52%이다.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