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30% 저렴한 요금제 신고하자
SKT·국회 vs 정부·알뜰폰업계 대치
딜레마 놓인 정부...잃을 것 없는 SKT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SK텔레콤이 기존 자사 5G 요금제보다 약 30% 저렴한 가칭 '언택트 요금제'를 신고하자 알뜰폰 업계와 휴대폰 유통망 등 이동통신업계 전반이 술렁이고 있다.
이르면 오는 12일 정부가 언택트 요금제 출시 여부를 결정하는 가운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의원들을 비롯해 최근에는 야당 의원 일부까지 정부의 요금제 신고 수락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면서 정부 대 국회의 대립으로도 확전되는 모습이다.
◆"기존 요금제 중에는 가장 저렴...1인 단독회선가입자에 유리"
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29일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기존 요금제보다 약 30% 가량 저렴한 5G 요금제 3종과 LTE 요금제 3종, 총 6종의 신규 요금제를 신고했다.
이중 5G 요금제는 ▲월 정액 3만8000원에 데이터 9GB ▲월 정액 5만3000원에 데이터 150GB ▲월 정액 6만2000원에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하는 구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SK텔레콤 가입자가 5G로 9GB의 데이터를 쓰려면 월 5만5000원을, 200GB를 쓰려면 월 7만5000원을 내야 했으므로 요금제만으로 비교한다면 약 30% 정도 저렴하다. 다만 온라인 전용요금제를 운영하는 경쟁사와 마찬가지로 언택트 요금제 역시 공시지원금, 가족결합할인, 장기고객혜택, 선택약정할인, 멤버십 혜택 등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혜택을 이용 중이라면 체감 혜택은 크게 줄어든다.
SK텔레콤의 언택트 요금제 출시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접근성이 낮은 알뜰폰 요금제와 달리 이통3사에서 내놓은 요금제라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준다. 추가 할인혜택을 이용하기는 어렵지만, 가족결합에 묶여 있지 않은 1인 단독회선 가입자라면 기존에 출시된 이통3사의 요금제 중 월 이용료가 가장 낮은 것은 사실이다. 언택트 요금제는 5G 오프라인 요금제는 물론, 경쟁사의 온라인 전용요금제 중에서도 가장 저렴하다.
◆"SKT엔 잃을 것 없는 게임"...정부·알뜰폰업계는 고심 커져
반면 '자급제 아이폰+알뜰폰' 조합 프로모션으로 지난 연말 '반짝' 화색이 돌았던 알뜰폰 업계는 발등에 불이 붙었다. 현재 알뜰폰의 경쟁우위는 가격경쟁력에 집중돼 있는데 SK텔레콤의 신규 요금제는 알뜰폰 요금과 큰 차이가 없어서다.
지난 6일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KMVNO)는 "요금을 인하한 신상품을 알뜰폰도 조속히 판매할 수 있도록 신상품의 도매제공시기와 도매대가를 정해달라"는 요지의 자료를 냈다.
알뜰폰협회에 따르면 5G 언택트 요금제 중 3만원대 요금제와 5만원대 요금제는 알뜰폰이 SK텔레콤에 지급하는 도매제공대가가 언택트 요금의 89%, 96%로 격차가 4~11%에 불과하다. 격차가 최소 20%는 돼야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데 알려진 대로 출시된다면 최소한의 운영비 보전도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SK텔레콤의 '언택트 요금제'와 알뜰폰 도매대가 비교 [자료=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2021.01.07 nanana@newspim.com |
KT와 LG유플러스 역시 자사 온라인 전용 몰에서만 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 전용 5G 요금제를 갖추고 있지만 SK텔레콤의 언택트 요금제보다는 가격이 높다. 알뜰폰협회가 SK텔레콤의 언택트 요금제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결정권은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로 넘어간 상태다. 지난해 12월10일 통신요금 인가제가 폐지되고 유보신고제가 시행되면서 과거처럼 이동통신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과기정통부와 기획재정부의 인가를 차례로 거칠 필요는 없어졌다. 하지만 아직 과기정통부에는 요금제 반려권한이 남아있다.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제35조에 따르면 다른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전기통신서비스를 도매제공하는 대가보다 낮은 이용요금을 설정해 다른 전기통신사업자를 배제시킬 우려가 있는 경우 요금제를 반려할 수 있게 돼 있다.
다만 유보신고제 시행 첫 사례부터 반려권을 행사할 경우 국회를 비롯한 여론의 비판을 피할 수 없어 과기정통부가 SK텔레콤에 알뜰폰 망 도매대가 인하나 오프라인 중저가 요금제 추가 출시를 조건으로 걸어 협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SK텔레콤으로서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잃을 것이 없는 상황이다. 언택트 요금제가 출시되더라도 이 요금제에 적용되지 않는 할인혜택과 오프라인 판매·대리점 수수료를 제하면 오히려 기존의 다른 상품을 팔았을 때보다 이득이다.
언택트 요금제가 반려된다면 여론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올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첫 유보신고제 사례로서 SK텔레콤이 자사에 유리한 선례를 만들기 위해 여론 형성에 힘을 쏟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과방위 의원실 관계자는 "요금인가제일 때는 기획재정부의 물가심의위원회까지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여론 조성만으로 정부와 힘 겨루기가 어려웠지만, 유보신고제로 바뀌면서 절차가 간소화돼 역으로 여론이 미치는 영향력은 커졌다"며 "유보신고제 첫 사례부터 과기정통부가 반려권을 행사할 경우 정부에 화살이 돌아가기 때문에 SK텔레콤이 국회를 통한 여론 형성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nana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