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평균 2269원인데 미국 9000원·일본 7200원
택배비 29% 인터넷쇼핑업체 몫…거래구조 개선도 과제
2월부터 본격 논의…국토부, 6월말까지 현실화 방안 발표
[서울=뉴스핌] 이학준 김경민 기자 = 택배사와 노동자 측이 분류작업 등 과로사 방지 대책에 합의하면서 설 명절 택배대란은 피했다. 그러나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택배비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연구용역을 거쳐 6월 말까지 택배비 현실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택배비 인상은 곧 소비자 부담으로 연결되기에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 내는 것이 향후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21일 전국택배노동조합에 따르면 이날 택배사와 노조가 동의한 합의문에는 ▲택배 분류작업 명확화 ▲택배기사의 작업범위 및 분류전담인력의 투입 ▲택배기사가 분류작업을 수행하는 경우의 수수료 ▲택배기사의 적정 작업조건 ▲택배비·택배요금 거래구조 개선 ▲설 명절 성수기 특별대책 마련 ▲표준계약서 등의 내용이 담겼다.
과로사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분류작업은 택배기사의 기본 작업범위에서 제외시키고, 택배사가 분류작업 전담인력을 투입하고 그 비용을 부담하도록 했다. 택배기사가 불가피하게 분류작업을 수행하는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하도록 해 그 동안 '공짜노동'이라 불리는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도록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27일 서울 마포구 한진택배 마포 터미널서 택배 노동자들이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2020.10.27 photo@newspim.com |
최대 쟁점이 됐던 분류작업과 관련해 합의에 이르면서 노조는 당장 급한 불은 껐다고 판단하고, 예고했던 총파업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우려됐던 택배대란도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진경호 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은 "1차 내용들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택배가 도입 28년 동안 공짜노동으로 일해온 분류작업으로부터 택배노동자들이 완전히 해방되고 벗어난 날"이라고 설명했다.
◆ 갈등의 불씨 택배비 '인상'…2월부터 본격 다뤄져
설 명절을 앞두고 택배대란은 막았지만 강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택배비 현실화가 미봉합 상태이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근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택배비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외국과 비교해도 국내 택배비는 터무니없이 싼 편이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미국 택배비는 9000원이 넘는다. 일본은 7200원이다. 반면 한국은 2269원이다. 미국과 일본의 3분의 1도 안 되는 것이다.
택배업계 내 가격경쟁으로 2002년 3265원이던 택배비는 2200원대까지 떨어졌다. 업체 간 출혈 경쟁 심화로 택배사 이익률도 떨어져 택배기사 처우 개선을 위한 투자 확대는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택배비 인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힘든 시기를 겪는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데 있다.
더욱이 택배비를 놓고 택배업체와 인터넷쇼핑업체 간 거래구조도 개선해야 한다. 소비자가 내는 택배비가 2500원일 때 택배사 몫이 1730원이고 인터넷쇼핑업체 몫은 730원이 넘는다. 택배비 29%를 인터넷쇼핑업체가 가져가는 것이다.
인터넷쇼핑업체는 포장비 명목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택배노조는 과하다고 지적한다. 택배업계에 따르면 포장비는 100~200원 수준이다.
이에 노사 모두 택배비 인상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다음 문제는 소비자 부담 인상"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굉장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한 택배사 관계자는 "택배비가 높아진다면 업무 환경 개선 문제가 해소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면서도 "이에 대한 기대효과를 당장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택배비 현실화 방안 등은 오는 2월부터 2차 사회적 합의기구서 논의된다. 국토부는 오는 3월까지 연구용역을 하고 6월 말까지 택배비 현실화 방안과 거래구조 개선 방안을 공개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진 수석부위원장은 "비정상적인 택배요금과 거래구조 개선하는 두가지 방안을 추진한다"며 "오는 2월 17일부터 예정돼 있는 2차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