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학준 김경민 기자 = 택배사와 노동자 측이 분류작업 등 과로사 방지 대책에 합의하면서 설 명절 택배대란은 피해가게 됐다. 그러나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택배비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택배비 인상은 곧 소비자 부담으로 연결되기에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 내는 것이 향후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21일 전국택배노동조합에 따르면 이날 택배사와 노조가 동의한 합의문에는 ▲택배 분류작업 명확화 ▲택배기사의 작업범위 및 분류전담인력의 투입 ▲택배기사가 분류작업을 수행하는 경우의 수수료 ▲택배기사의 적정 작업조건 ▲택배비·택배요금 거래구조 개선 ▲설 명절 성수기 특별대책 마련 ▲표준계약서 등의 내용이 담겼다.
과로사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분류작업은 택배기사의 기본 작업범위에서 제외시키고, 택배사가 분류작업 전담인력을 투입하고 그 비용을 부담하도록 했다. 택배기사가 불가피하게 분류작업을 수행하는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하도록 해 그 동안 '공짜노동'이라 불리는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도록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택배물류현장에서 택배노동자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2020.10.21 leehs@newspim.com |
최대 쟁점이 됐던 분류작업과 관련해 합의에 이르면서 노조는 당장 급한 불은 껐다고 판단하고, 예고했던 총파업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우려됐던 택배대란도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갈등의 불씨가 아직 남아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거래구조 개선을 통한 택배요금 현실화는 최대 난제로 꼽힌다. 택배기사들의 근본적인 근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택배비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택배비는 업계 내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지난 2002년 3265원에서 2019년 2269원으로 30.5% 가까이 하락했다. 택배사 이익률도 떨어져 택배기사 처우 개선을 위한 투자가 어렵다는 게 택배업계 입장이다.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도 지난해 11월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발표하면서 택배비 인상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거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택배비 인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이에 노사 모두 택배비 인상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다음 문제는 소비자 부담 인상"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굉장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금 당장 논의할 부분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한 택배사 관계자는 "택배비가 높아진다면 업무 환경 개선 문제가 해소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면서도 "이에 대한 기대효과를 당장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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