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썸 이어 뚜레쥬르도 매각...올리브영 오너일가 지분 일부 팔아
이선호 복귀, 승계작업 탄력받나...해외 사업에 맡은 오너3세 까닭은?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이재현 회장이 CJ그룹 '새 판 짜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주력 사업은 물론 불황으로 실적이 부진한 사업까지 과감하게 정리해 '일류 기업'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 회장의 장남 이선호씨가 최근 CJ제일제당 부장으로 복귀하면서 그간 지연됐던 승계작업도 급물살을 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CJ그룹] |
◆투썸 이어 뚜레쥬르도 매각...올리브영 소수지분도 팔았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CJ는 지난해 투썸플레이스를 매각한 데 이어 베이커리 브랜드인 뚜레쥬르 매각 성사를 앞두고 있다. 알짜 브랜드로 꼽혀온 '투썸플레이스'(투썸)를 지난해 7월 지분 잔량을 모두 매각한 이후 5개월 만이다.
CJ는 미국계 사모펀드인 칼라일에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브랜드인 뚜레쥬르 사업부문을 매각하기로 확정하고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이다. 두 회사는 빠르면 이달 중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그룹 측은 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게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매각가격은 2700억원으로 전해진다. 당초 뚜레쥬르는 전국적으로 매장을 1300여개 보유하는 국내 2위 베이커리 브랜드로 매력적인 매물이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식업계에 불황이 짙어지면서 매각에 난항을 겪었다.
매각가를 놓고 CJ와 칼라일간 의견 차도 컸다. CJ가 제시한 희망 매각가는 4000억원, 칼라일은 뚜레쥬르 기업 가치를 2000억원 정도로 평가해 뚜렷한 입장 차를 드러냈다.
업계 안팎에서 뚜레쥬르 매각가로 3000억원을 전망한 점을 고려해 2700억원 선에서 합의한 것이란 시각이 많다. CJ 측이 몸값을 낮추는 것을 감수해 거래가 성사됐다는 뒷말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진행한 본입찰에서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데다 뚜레쥬르 사업 악화도 한 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투썸플레이스(사진 왼쪽), 뚜레쥬르 전경. 2021.01.21 nrd8120@newspim.com |
앞서 푸드빌은 지난해 커피전문점 투썸을 홍콩계 사모펀드 운영사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에 팔았다. 최종 매각가는 2700억원가량이다.
CJ가 투썸플레이스에 이어 뚜레쥬르까지 매각하면서 CJ푸드빌의 사업 기반자체가 쪼그라들게 됐다. 외식사업을 운영 중인 CJ푸드빌은 이제 빕스와 계절밥상·제일제면소만 남는다. 이렇게 되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주저앉게 된다. 매출은 10년 수준인 4000억원으로 내려앉을 것이란 예측이다.
그럼에도 CJ가 투썸과 뚜레쥬르 매각에 나선 것은 실적이 악화된 비주력 계열사를 정리하고 소위 '돈이 되는'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그룹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외식사업은 줄이고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브랜드를 앞세워 내식사업에 주력해 경영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지난해 CJ의 주요 자회사의 실적은 CJ제일제당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후퇴한 것으로 증권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4%, 69.5%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CJ푸드빌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5.7%나 감소했다. 누적 영업적자는 274억원으로 전년(-1억원) 동기 대비 무려 273배 불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외식산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2020년 3분기 누적 연결기준 CJ제일제당·푸드빌 매출·영업이익 추이. 2021.01.22 nrd8120@newspim.com |
이는 업계에서 두각을 내지 못하는 계열사를 정리해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사용할 실탄 확보에 나선 것이란 의견에 힘이 실린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실적이 부진하고 미래 성장성이 없는 비핵심 계열사를 매각해 미래 먹거리에 투자할 자금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지난해 말 CJ올리브영의 프리IPO(상장 전 지분매각)도 마무리 했다. 사모펀드 글랜우드PE에 팔렸다. 양측은 지난해 말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매각금액은 약 4000억원으로 전해졌다. 매각 대상은 이선호 부장과 이재현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 등 오너일가가 보유한 지분 16%와 8% 신주발행 분이다.
이렇게 마련한 자금은 '월드베스트 CJ' 목표 달성을 위한 미래 먹거리 발굴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월드베스트 CJ'는 이재현 회장의 숙원이다. 2030년까지 3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등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선호 복귀, 승계작업 속도내나...해외 사업에 전진배치된 오너3세 까닭은?
그간 지연됐던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선호 부장이 지난 18일 CJ제일제당으로 복귀하면서다. 2019년 9월 일선 업무에서 배제된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벌써부터 승계작업에 착수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번에 이 부장의 보직이 식품전략 1부장에서 글로벌비즈니스로 변경되면서부터다. 이미 이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부사장과 사위인 정종환 부사장이 각각 CJ ENM과 지주사인 CJ에서 해외 사업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장까지 합류해 다양한 추측이 오고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승진한 이 부사장은 CJ ENM 브랜드전략실 임원을 맡고 있다. 영화·드라마 등 해외를 겨냥한 콘텐츠를 발굴해 글로벌 시장 공략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정 부사장은 CJ그룹의 해외 사업간 시너지 창출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지주의 미주본사 대표이사와 글로벌 인티그레이션팀장을 겸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공을 들이는 주력 계열사의 해외 사업을 오너 3세들에게 맡겨 승계 발판을 마련하려 한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사진 왼쪽), 장녀 이경후 CJ ENM 상무(오른쪽). 2020.11.11 nrd8120@newspim.com |
CJ는 K-콘텐츠와 K-푸드를 앞세워 해외 시장 공략을 가속화 하고 있다. 그간 케이콘(K-CON) 안착 등의 성과를 낸 CJ ENM은 영화·드라마 등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세계화 전략'과 코로나19 사태가 맞물려 가시적인 성과를 낸 만큼 올해도 북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한편에서는 이러한 해외시장 성과를 내세워 이 부장이 연말 인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할 것이란 주장도 흘러나온다.
또한 올리브영 지분 일부를 매각한 자금을 오너가 경영권 승계에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부장이 CJ 지분을 늘리거나 상속 재원으로 사용할 것이란 시각이다.
이번 매각에서 올리브영의 기업가치가 1조8000억원으로 평가된 점을 고려할 때 이 부장이 보유한 주식가치는 약 3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선호씨가 업무에 복귀한 만큼 승계작업이 순차적으로 이뤄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상속 재원 마련을 위한 방법들이 논의될 것인데 올리브영 지분을 바탕으로 CJ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nrd812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