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시상 주체는 누구…광복회 vs 최재형기념사업회 공방
사업회 "우리가 먼저 제정" vs 광복회 "어차피 이름 다른데"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독립운동가 최재형상'을 수상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논란의 핵심은 추 장관이 이 상을 수상했다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최재형상'을 사이에 둔 두 독립운동가 단체의 갈등이다.
광복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추 장관은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독립운동가 최재형상'을 수상했다. 김원웅 광복회장은 시상식에서 "추 장관은 이명박 정부가 중단시킨 친일재산 국가 귀속을 재개해 친일파 후손이 소유한 시가 3000억원 상당의 재산을 국가에 귀속시켰다"며 수상 이유를 설명했다. 추 장관은 지난해 5월 독립운동가 최재형상 제정 이래로는 세 번째, 올해로는 첫 번째 수상자다.
지난 25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독립운동가 최재형상'을 수상했다. 김원웅 광복회장은 시상식에서 "추 장관은 이명박 정부가 중단시킨 친일재산 국가 귀속을 재개해 친일파 후손이 소유한 시가 3000억원 상당의 재산을 국가에 귀속시켰다"며 수상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광복회] |
◆ 기념사업회 "광복회, 후손들이 인정 않는 정치인들에게 상 줘" vs 광복회 "상 취지 어긋난 것 없다"
최재형 선생(1860~1920)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로, 러시아 한인 동포인 '고려인'들의 독립운동을 재정적으로 후원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에 권총을 마련해 준 일화도 유명하다.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됐다.
그런데 최재형 선생의 이름을 딴 상이 두 개다. 하나는 광복회의 '독립운동가 최재형상', 또 하나는 최재형 선생의 후손들이 참여하고 있는 사단법인 최재형선생기념사업회(이하 기념사업회)의 '최재형상'이다. 독립운동가 최재형상은 지난해 5월 고(故) 김상현 의원을 시작으로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 추 장관 등 총 세 명의 수상자를 냈다. 최재형상은 지난해 9월 김발레리아 우수리스크 최재형민족학교 교장 등 3명을 첫 수상자로 선정했다.
[사진=사단법인 독립운동가 최재형기념사업회 홈페이지 캡처] |
기념사업회는 추 장관의 독립운동가 최재형상 사실이 알려지자 즉각 반발했다. "후손들이 참여해서 수상자를 선정하는 최재형상이 버젓이 있는데, 광복회가 똑같은 이름의 상을 제정하고, 최재형상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 정치인들에게 상을 줘서 최 선생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26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사업회는 재작년(2019년)부터 최재형상 제정 논의를 (광복회보다 먼저) 시작했고, 이러한 사실을 지난해 2월 광복회에 공문을 통해 알렸다. '최재형상이 이미 있으니, 광복회에서 주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도 시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기념사업회는 이날 '추 장관이 최재형상을 받았다는 것이 핵심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광복회에 '최재형상은 이미 있으니, 다른 독립운동가 이름을 딴 상을 만들어서 주라'고 항의도 하고 요청도 하는 중이었다. 이번에 추 장관이 최재형상을 받아 부각이 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문제의 핵심은 '광복회가 최재형 선생의 독립운동 정신과 상의 취지에 맞지 않게 상을 정치인들에게 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재형상은 최 선생이 고려인들에게 따뜻한 페치카(난로) 역할을 하면서 물심양면 돕고 봉사를 한 것처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분들이나 해외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에게 드리는 상인데, 광복회와 김원웅 회장은 그 상을 정치인들에게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광복회는 두 상이 똑같은 상이 아니고, 수상자들도 상의 취지에 전혀 어긋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광복회 관계자는 이날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첫 번째 수상자인 고 김상현 의원은 독립운동가 후손들에게 지급되는 특별예우금 부분에서 노력을 많이 하셨고, 두 번째 수상자인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장학금을 준 공로가 있으며, 이번에 수상을 한 추 장관도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서 막대한 친일재산 환수를 해 냈다"고 언급했다.
또 "상의 이름도 기념사업회의 상은 '최재형상', 광복회의 상은 '독립운동가 최재형상'으로 다르다"며 "(기념사업회 주장처럼) 받지 말아야 할 사람에게 상을 줘서 광복회가 사리사욕을 취하거나 김원웅 회장이 정치적으로 이득을 취하고 그런 일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25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독립운동가 최재형상'을 수상했다. 김원웅 광복회장은 시상식에서 "추 장관은 이명박 정부가 중단시킨 친일재산 국가 귀속을 재개해 친일파 후손이 소유한 시가 3000억원 상당의 재산을 국가에 귀속시켰다"며 수상 이유를 설명했다. 김원웅 광복회장(사진 왼쪽)과 추미애 장관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광복회] |
◆ 광복회 "해결점 찾겠다"지만 갈등 당분간 지속될 듯…기념사업회 "시정 요청 받아들여지지 않아"
광복회는 "해결점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최재형상을 둘러 싼 두 단체의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광복회 관계자는 "어제 시상식에서 항단연(25개 독립운동가 단체의 연합, 사단법인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도 참석해 중재를 했다"며 "(기념사업회와 함께) 해결점을 찾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광복회에 최재형상과 관련된 정관, 조례, 운영 회의록 등의 자료를 달라고 (공문을) 보냈고, 시정해 달라고 요청도 했지만, 전혀 해결된 게 없다"며 "광복회 관계자는 언론에 '조율이 됐다', '시정을 하겠다'고 인터뷰를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정을 한다는 것인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