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8일 공수처법 위헌확인 소송 선고
재판관 5명 합헌…3명 위헌·1명 각하 의견
"삼권분립원칙 위배 아냐…평등권 침해 해당 안돼"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운영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8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에 대한 위헌확인 소송 선고기일을 열고 헌법재판관 5(합헌)대 3(위헌)대 1(각하) 의견으로 기각했다. 기각된 일부 조항 외에 나머지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는 각하했다.
헌재는 우선 이번 헌법소원의 핵심 쟁점이 됐던 '권력분립원칙' 위반 여부와 관련, 공수처법 제2조 및 제3조 제1항이 헌법을 위배해 평등권이나 신체의 자유 등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해 청구된 헌법소원 심판 사건 선고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21.01.28 yooksa@newspim.com |
헌재는 특히 "중앙행정기관을 반드시 국무총리 통할을 받는 '행정각부' 형태로 설치하거나 '행정각부'에 속하는 기관으로 두어야 하는 것이 헌법상 강제되는 것은 아니어서 행정각부에 속하지 않는 독립된 형태의 행정기관을 설치하는 것이 헌법상 금지된다고 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면서 공수처가 사실상 행정기관에 속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공수처가 수행하는 수사와 공소제기 및 유지는 헌법상 본질적으로 행정에 속하는 사무에 해당한다"며 "공수처 구성에 있어 대통령의 실질적인 인사권이 인정되고 공수처장이 국무회의에 출석해 발언할 수 있으며 독자적으로 의안을 제출하는 대신 법무부 장관에게 의안제출을 건의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공수처는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에 소속되고 그 관할 범위를 전국으로 하는 중앙행정기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판단에도 공수처가 독립적으로 설치된 것과 관련해서는 "공수처 업무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봤다. 이에 "공수처를 기존 행정조직 위계질서 아래 편입시킨다면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 독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공수처가 독립된 형태로 설치됐다는 이유만으로 권력분립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기존 행정조직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된 위치에서 수사 등에 관한 사무를 수행할 기관을 설치·운영할 것인지를 포함, 해당 기관의 수사나 기소 대상을 어느 범위로 정할 것인지는 독립된 기관의 설치 필요성, 공직사회의 신뢰성 제고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요구 등 모든 사정을 고려해 결정할 문제"라고 판단하면서, 공수처에서 고위공직자의 부패 범죄를 수사대상으로 하는 것 역시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봤다.
또 공수처 수사절차나 내용, 방법 등이 일반 형사소송 절차를 따르고 있어 수사대상자에게 별도로 불이익이 발생하거나 수사대상자의 법적 지위가 불안정해질 것이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수처의 부실·축소 수사 또는 표적수사가 이뤄지거나 무리한 기소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이고 실증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헌법상 영장신청권자가 검찰청법에 따라 검사로 한정된다며 공수처법 제8조 제4항이 영장주의원칙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헌재는 "공수처는 소추권자로서 처벌을 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 이익도 함께 고려하는 인권옹호기관으로서 역할을 한다"며 "공수처 검사는 변호사 자격을 일정 기간 보유한 사람 중에서 임명하도록 돼 있으므로 법률전문가로서 자격도 충분히 갖췄다"고 판단 근거를 설명했다.
다만 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은 "고위공직자의 직무상 부패범죄에 대해 공정한 수사권과 공소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지만 공수처법 제2조 등이 권력분립원칙에 위반해 청구인들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고 적법절차 원칙에도 위반되어 청구인들의 신체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이에 더해 공수처법이 사법권 및 법관 독립이 훼손될 수 있고 재판당사자가 가지는 헌법 제27조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추가 의견을 냈다.
또 이선애 재판관은 "헌법소원심판 청구인은 현재 공권력 작용과 관련이 있어야 한다"며 "미래에 관련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는 헌법소원을 제기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청구인이 헌법소원 심판 청구 자격이 없어 이 사건이 정식 심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각하 의견을 낸 것이다.
앞서 미래통합당은 작년 5월 "공수처는 헌법상 통제와 견제를 본령으로 삼는 권력분립 원칙과 삼권분립 원칙에 반하고 국민의 기본권과 검사의 수사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한편 야당이 작년 12월 개정된 공수처법에 대해 제기한 위헌 소원 판단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헌재는 지난 12일 이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하고 본격 심리에 들어간 상태다.
이 사건은 유상범 의원 등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의 의결정족수를 당초 '7명 중 6명'에서 '7명 중 5명'으로 변경한 공수처법 개정안으로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 담보가 어렵다고 주장, 헌법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낸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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