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브레이크 없는 상승 흐름을 연출했던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큰 폭으로 하락 반전했다.
미국 2월 소비자물가가 전월 대비 0.4% 오르는 데 그쳤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장중 7bp(1bp=0.01%포인트) 후퇴한 것.
하지만 큰손들은 여전히 채권 하락 베팅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1조9000억달러 규모의 슈퍼 부양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백신을 포함해 인플레이션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는 요인들이 해소되지 않은 데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시장금리 상승에 소극적인 입장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
특히 2월 예상보다 호조를 이룬 미국 고용 시장의 빠른 회복이 이어질 경우 일회적인 물가 상승 요인과 더불어 추세적으로 인플레이션 끌어올릴 전망이다.
JP모간의 이안 스틸리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시장금리가 추가로 상승하더라도 경기 회복이 이를 뒷받침하는 상황이라면 연준 정책자들이 정책 대응에 나서지 않을 여지가 높다"고 주장했다.
JP모간은 이날 장중 1.5% 선으로 주저앉은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다시 상승 반전, 연말까지 2.0%에 도달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역시 미국 국채를 중심으로 채권 비중을 적극적으로 축소하는 움직임이다.
운용 자산 규모 약 2400억달러인 아문디 애셋 매니지먼트도 미국 국채에 대한 하락 베팅에서 발을 빼지 않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 앞 월스트리트 표지판 [사진=로이터 뉴스핌] |
연초 이후 10년물 수익률이 64bp 치솟았고, 이 때문에 채권시장이 2013년 이후 최악의 새해를 맞았지만 오버슈팅을 진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주장이다.
알리안츠번스타인의 존 테일러 유럽 채권 헤드는 "지난해까지 수 십년에 걸친 채권시장의 강세장이 종료됐다"며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인한 시장금리 상승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월가의 채권 구루로 통하는 제프리 건드라크 더블라인 캐피탈 대표는 이날 CNBC와 인터뷰를 갖고 "올해 여름 미국 인플레이션이 3.0%까지 뛸 것"이라며 "앞으로 수 개월 사이 수치가 4.0%에 이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이 같은 물가 상승을 용인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며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국채 매입의 근거를 깎아 내리면서 과매도 상태를 부추겼다"고 설명했다.
최근 상황을 감안할 때 국채 수익률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열려 있고, 연초 이후 10% 가량 떨어진 금 선물이 온스당 2000달러 선을 다시 회복할 것이라고 건드라크는 내다봤다.
이날 미국 재무부의 10년물 국채 발행 결과도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반영했다. 380억달러 규모의 발행에 2.38배의 입찰 수요가 유입, 1년 평균치 2.42배에 못 미쳤다.
아울러 발행 수익률이 1.523%로 예상치의 상단에서 결정됐다. 이는 2월 발행 수익률인 1.155%를 웃도는 수치다.
미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넷웨스트 마켓의 존 브릭스 글로벌 전략 헤드는 CNBC와 인터뷰에서 "국채 발행 결과가 무난했지만 투자자들이 여전히 국채시장의 하락 리스크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앞으로 쏟아질 물량에 대한 우려도 작지 않다. 이른바 슈퍼 부양책을 추진중인 바이든 행정부의 신규 국채 발행 물량은 연말까지 대규모로 쏟아질 전망이다.
당장 11일로 예정된 30년 만기 국채 발행이 이날 10년물에 이어 금융시장 향방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글로벌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장단기 국채 발행이 2조80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 경우 지난해 1조7000억달러와 2019년 9900억달러에서 신규 발행이 대폭 늘어나는 셈이다. 반면 연준의 채권 매입은 올해 9600억달러로, 지난해 2조달러에서 반토막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