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음주운전 전과가 있음에도 또 다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은 이들에게 잇따라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되면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서울동부지법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0월 11일 새벽 3시 53분쯤 서울 광진구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다.
자신의 차량을 끌고 거리로 나온 A씨는 약 3km 구간을 운전하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이 확인한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66%였다.
서울동부지법 형사5단독 하세용 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8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더욱이 A씨의 음주운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A씨는 2016년 9월과 2018년 2월에도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돼 벌금 400만원씩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높았고, 음주운전으로 인한 처벌 전력이 2회 있는 점,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4회 무면허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도 있다"면서 "다만 피고인에게 사회적 유대관계가 존재하고 벌금형을 넘는 처벌을 받은 사실은 없는 점 등을 종합했다"고 설명했다.
B씨는 지난해 10월 30일 새벽 3시 36분쯤 서울 강동구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 기소돼 징역 1년2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9%였으며, 자신의 차량으로 약 2km 구간을 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 역시 2015년 11월 26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2015년 음주운전으로 인한 처벌 전력이 있는 점, 그 밖에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범행 후의 정황 등 모든 양형조건을 종합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 윤창호법 시행에도 재범 여전
음주운전 재범이 여전한 이유는 전과가 있어도 처벌이 약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음주운전 재범률은 ▲2017년 44.2% ▲2018년 44.7% ▲2019년 43.7% 등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음주운전 전과가 1~2차례 있어도 법원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법원에 따르면 2019년 음주운전 법원 판결 중 집행유예를 받은 비율이 76%에 달했다.
음주운전으로 인명사고를 낸 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일명 '윤창호법' 시행에도 사회적 인식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윤창호법은 2018년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윤창호씨 사건을 계기로 마련돼 지난해 6월부터 시행 중이다.
오윤성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윤창호법 시행으로 음주운전으로 인명피해를 낼 경우 처벌은 강화됐지만 단순히 음주운전을 연속으로 재범하는 것에 대한 처벌은 강화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음주운전으로 인한 인명피해 발생 여부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술을 마시면 습관적으로 운전대를 잡는 잠재적 범죄자들에 대한 인식이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술은 먹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먹듯이, 음주운전도 하는 사람이 반복해서 한다"며 "음주운전 단속에 걸려 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되더라도 사고를 내지 않으면 범죄가 아니라는 인식이 박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음주운전 재범률이 40% 이상인건 굉장히 높은 것"이라며 "단순히 음주 면허 취소·정지가 아닌 단속에 걸리는 횟수에 따라 처벌 강도를 높여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min7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