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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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평균 수명이 날로 높아지면서 직장 생활을 청산한 뒤 인생 2막의 기간 역시 길어지고 있다.
황금기에 해당하는 후반부에 행복 지수를 높이기 위해 대다수의 사람들이 충분한 노후 자금을 마련하는데 사활을 건다.
젊었을 때 바짝 벌어 30대 후반 혹은 40대 초반에 은퇴를 목표로 내세우는 이른바 파이어(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운동이 번지면서 투자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은퇴 이후 삶의 만족감을 높이는 데 필요한 것은 돈만이 아니다. 먹거리부터 의료 서비스까지 돈이 있어야 해결되는 사안들이 적지 않지만 돈으로 구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준비에 소홀하면 돈 방석에 앉아서도 우울한 노후를 보낼 여지가 높다.
메릴린치는 '에이지 웨이브(Age Wave)' 보고서에서 건강을 행복한 인생 2막을 위한 필수 자산으로 꼽았다.
물질적으로 많은 것을 가져도 이를 즐길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수많은 은퇴자들이 행복한 노후에 가장 필수적인 항목으로 건강을 지목한다.
은퇴 이전에 꾸준한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으로 건강과 체력을 관리하는 일은 노후 자금을 모으고 굴리는 것만큼 중요한 사안이다.
실상 건강은 돈 문제와도 직결된다. 정기적인 수입이 중단된 이후 병원비는 작지 않은 부담이고, 의료 비용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잡지를 읽는 은퇴자 [사진=로이터 뉴스핌] |
갤럽의 조사에서는 인생 후반부의 만족감을 높이기 위한 필수 항목으로 소셜 네트워크가 지목됐다. 함께 여가 시간을 보내거나 위급한 상황에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친구가 돈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직장을 떠난 뒤에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크게 줄어든다. 이 때 고립된 생활을 지속하다가는 우울증과 치매를 포함한 정신 질환부터 심장 마비와 같은 질병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밖에도 은퇴 이후 주변 사람들과 교류가 적을수록 알코올 중독이나 흡연, 비만 등 건강을 해치는 요인들이 발생하기 쉽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갤럽의 또 다른 서베이에서 은퇴자들은 목표 의식을 건강한 은퇴 생활을 위한 항목으로 꼽았다. 노후를 단순히 엔터테인먼트에 의존해 보내기에는 기간이 너무 길고, 재미에 빠져 생활하는 것만으로는 보람 있는 삶을 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많은 은퇴자들이 파트 타임 일자리를 찾아 사회적, 경제적 활동을 지속하거나 봉사 단체에 참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버드 의대가 정기적으로 발간하는 뉴스레터 '헬스비트'에서는 교육을 제안했다. 재취업이나 몸값을 높이기 위한 학업이 아니라 새로운 악기를 배우거나 정기적으로 도서관을 방문해 세계 역사 서적을 탐독하는 등 뭔가를 배우는 것으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조언이다.
은퇴는 평소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직장 일로 엄두를 내지 못했던 영역에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커다란 기회다.
특히 두뇌를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는 학습은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증진하는 데도 탁월한 효과를 낸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JAMA 네트워크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노후 생활에 커다란 배당이나 마찬가지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이들이 심장 마비나 뇌졸중과 같은 중증 질환에 걸리는 확률이 낮고, 건강한 인생 후반부를 즐긴다는 것.
이 밖에도 긍정적인 사람들이 매사에 부정적이거나 근심걱정을 떨치지 못하는 이들보다 수명이 길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는 상당수에 이른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로버트 에몬스 교수와 마이애미 대학의 마이클 맥쿨러 교수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는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 이들이 건강하고 오랜 여생을 보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작은 것에 대해서도 감사할 줄 아는 이들이 삶에 대한 만족감이 크고, 긍정적인 자세가 육체적인 건강도 향상시킨다는 얘기다.
흥미로운 점은 감사하는 마음이 경제적인 문제와도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감사함이 없는 이들의 경우 심리적인 만족감을 얻기 위해 더 크게 지출하는 경향을 보이고, 이는 노후의 금전적인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마지막으로 미국 역학 및 공동체 보건 학술지는 반려 동물의 역할을 강조했다. 노후에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강아지나 고양이, 그 밖에 동물들이 크게 기여한다는 얘기다.
가령, 개를 키우는 이들이 매일 정기적으로 산책을 시키는 과정에 운동 효과를 얻어 고령에도 건강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를 앞둔 대다수의 직장인들 사이에 가장 커다란 고민으로 노후 자금이 꼽히지만 비경제적 자산을 챙길 때 한층 풍요로운 인생 황금기를 즐길 수 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