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생도 청원 "선거 때문에 참석 제한했나, 부끄럽다"
이남우 차장 "사관생도가 될 사람이…안타깝다" 일침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최근 천안함·연평도 희생 장병들을 추모하기 위해 열린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야당 의원들의 참석이 제한돼 논란이 일었다.
특히 한 사관생도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려 참석 제한과 관련한 정부와 군의 조치를 비판했는데, 이를 다시 이남우 국가보훈처 차장이 역비판하고 나서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29일 자신을 '임관을 앞둔 4학년 사관생도'로 소개한 한 청원인이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현역 대한민국 사관생도가 우국충정으로 대통령님께 고언을 올립니다'라는 청원을 게시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갈무리] |
청원은 지난 26일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6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유승민·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의 참석이 거부된 데서 비롯됐다. 주최측은 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참석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청원인은 "야당 정치인들도 정치인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국민이며 이들이 추모행사에 참여해 영웅을 기리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며 또한 당연한 권리"라며 "그런데 선거를 앞뒀다는 이유로, 정치적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들의 참여를 막는 것은 제 모든 상식을 동원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이어 "국민의 대표라 할 수 있는 국회의원들과 정치인이 참석해 아직 국가가 영웅을 잊지 않았다는 것을 호국영령과 유가족분들께 보여드린다면 이것은 장려해야 할 일이지 막아야 할 일이 아니다"라고도 주장했다.
아울러 "지금 국방부의 행태는 유가족들을 두번 죽이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며 "나는 국방부에 묻고 싶다. 과연 다음 선거가 6월 현충일 전이라 해도 정치인들의 참석을 제한할 것인가? 과연 앞으로도 선거가 서해수호의날 추모식 전에 열린다면 계속해서 정치인들의 참석을 제한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논란은 정치권이 아닌 국방부에서 만들고 있다"며 "국가에 목숨을 바친 자들을 기리는 추모행사와 정치적 논란을 엮는 것 자체가 전사자들과 유가족에 대한 모독이다. 절대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 내가 속한 조국 대한민국, 그리고 군이 부끄럽지 않게 해 달라"고 촉구했다.
[사진=이남우 국가보훈처 차장 페이스북 갈무리] |
◆ 이남우 보훈처 차장 "코로나19로 참석자 최소화한 것인데…지휘관 될 사람이 그래도 되나"
사관생도의 청원 이후 논란이 커지자, 국방부는 "부대관리 훈령에 따른 조치였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29일 정례브리핑에서 "국방부는 부대관리 훈령에 따라 선거기간, 특히 2주 간은 정치인의 부대초청행사를 금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이남우 보훈처 차장까지 가세했다. 이 차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청원을 올린 사관생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차장은 "이 사람이 진짜 사관생도인지 알 길이 없지만, 사실이라면 여러가지로 안타깝고 우려스럽다"며 "장교가 돼서 지휘관이 될 사람이라면, 이 정도의 용기가 필요한 행동에는 정확한 상황판단이 선행돼야 하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비상 상황이고, 지난해 이후 정부행사의 최우선 고려 요소는 코로나19 방역이다. 그런데 청원인은 이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라며 "예년 같으면 성대하게 치러졌을 굵직한 행사들 모두 대부분 참석범위를 최소화 한 가운데 온라인 중심으로 간소하게 치러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8년, 2019년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는 초청대상 3000명 이상에 전체 참석인원만 7000명 내외였다. 코로나19가 없던 2019년까지는 여야 구분 없이 국회의원 전원에게 초청장이 발송됐다"고 강조했다.
또 "올해는 참전장병 및 유가족 중심으로 초청한다는 방침도 있었다. 정치인 초청은 여야 당대표, 정무위원장 및 국방위원장으로 제한됐다"며 "하태경 의원 문제제기 후에 국회 정무위원회와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까지 초청범위가 추가됐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참석 범위를 제한하다 보니, 누굴 빼고 누굴 넣었어야 하지 않느냐 정도의 이견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그걸 객관적 팩트인 양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건 곤란하다. 특히, 지휘관이 될 사람이 그러면 더더욱 안 된다"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