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 받은 연구원 "원숭이 폐세포 실험 결과 78% 예방효과" 발표
그 여파로 한 때 주가 급등·온라인서는 품절 러시…'위법' 가능성도
남양유업 "마케팅적 의도 없어, 학술결과 의미있는 결과 공유한 것"
[서울=뉴스핌] 이서영 기자 = 남양유업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발표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예방 관련 발표 직후 남양유업 주가가 출렁였던 탓에 네티즌들과 시장에선 '속 보이는 주가조작'이라며 분노를 표했다.
앞서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은 남양유업 발효유 제품인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발표 직푸 쿠팡 등 일부 온라인 쇼핑몰에서 불가리스가 품절되고 주가 역시 급등하자 질병관리청에서 나서 정면반박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남양유업이 영업직원의 막말 파문과 떡값 강요, 대리점에 대한 물량 떠넘기기(강매)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김웅 남양유업 대표이사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브라운스톤에서 가진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사과문 발표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남양유업 용역사 한국의과학연구원 "발효유 제품 코로나 억제 효과 78%"라 발표
한국의과학연구원은 지난 13일 서울 중구 LW컨벤션 센터에서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을 열고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연구원이 남양유업으로부터 용역을 받아 진행됐다.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은 이날 "불가리스 발효유 제품으로 실험한 결과 인플루엔자바이러스(H1N1)를 99.999%까지 사멸하는 것을 확인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억제효과 연구에서도 77.8% 저감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이 알려진 직후 쿠팡 등 일부 온라인몰에서는 불가리스 상품이 일시 품절됐고 남양유업 주가도 테마주처럼 급등했다. 심포지엄 당일인 지난 13일 남양유업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8.57%(3만원) 오른 38만원에 거래를 마쳤고 시간외 거래에서 10% 더 상승해 41만80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 연구 내용은 원숭이 폐세포에 불가리스를 붓는 방식으로 진행된 연구 결과로, 사람에게도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 또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며 "해당 연구원이 제시한 결과는 바이러스 자체에 제품을 처리해서 얻은 결과로 인체에 바이러스가 있을 때 이를 제거하는 기전을 검증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뉴스핌] 이서영 기자 = 남양유업 주가 추이. 2021.04.15 jellyfish@newspim.com |
◆주가조작 의혹에 소비자 역풍 맞자 진화 나선 남양유업
남양유업이 주가를 끌어올리려 연구 결과를 성급히 발표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때문에 증권가와 식약처 모두 남양유업의 학술결과 발표가 위법한 사항이 있는지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남양유업의 출렁이는 주가 사이에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은 '주가조작'이라며 불매운동까지 예고하고 있다.
우선 증권가에서는 남양유업이 한 때 주가가 급등해 재산상 이익을 봤다는 점에 주목한다. 중요 사항을 기재하지 않아 타인이 오해하게 만들어 재산상 이익을 얻는 행위는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로 규정돼 금지하고 있다.
남양유업 주가는 14일 주식시장이 열리자마자 급등해 한때 전 거래일 대비 28.6%(10만9000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하루 오를 수 있는 최대폭인 30%에 가까운 수치다. 해당 발표 이외에 다른 호재가 특별히 없었기 때문에 전날 발표한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예방 효과 연구 결과가 급등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다만 주가 오름세는 단기간에 그쳤다. 연구 결과의 신뢰도에 문제를 제기하는 학계 의견이 나와서다. 결국 급락해 5.13% 내린 36만500원에 장을 마쳤다.
이와 함께 증권가에서도 남양유업 주가가 실험 결과 발표 이틀 전인 지난 9일부터 크게 올랐다는 점을 들어 미공개 정보 활용 가능성도 의심하는 상황이다. 남양유업이 전환사채(CB) 발행을 앞두고 주가를 띄우려는 목적으로 실험 결과를 발표했거나 발표를 기점 삼아 주식 매매를 해 금전적 이득을 얻은 게 입증된다면 처벌받을 수 있다.
이미 식약처로부터는 고발을 당한 상태다. 식약처는 14일 오후, 해당 연구에 사용된 불가리스 제품과 남양유업이 지원한 연구비 및 심포지엄 임차료 지급 등 심포지엄의 연구 발표 내용과 남양유업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순수 학술 목적을 넘어 남양유업이 사실상 불가리스 제품에 대한 홍보를 한 것 판단했다. 이 경우 식품표시광고법제 8조 위반에 해당한다.
식품표시 광고법 위반은 질병 예방·치료 광고 시 영업정지 2개월, 10년 이하 징역, 1억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식품은 의약품이 아니므로 질병의 예방, 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 행위는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며 "국민들께서는 이러한 허위‧과장 광고에 현혹되지 마시고 식약처도 건전한 식품 거래질서를 훼손하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부당 광고 행위는 적극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남양유업은 소비자들로부터도 역풍을 맞고 있다. 소비자들은 '의도적인 주가조작'이라며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상황이다.
남양유업 주식을 뒤늦게 구매한 개인투자자들 역시 손실을 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4일 개인투자자는 남양유업 보통주와 남양유업우(우선주) 등 총 54억 2000만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에 개인투자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해 "틀린 정보를 흘려 주가조작한 것 아니냐"며 "백신 대신 불가리스를 먹으면 된다는 얼토당토 않은 얘기를 발표한 것이냐"며 비판적인 반응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그러나 남양유업 측은 해당 실험은 단순히 '학술적인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식품 완제품으로써 항바이러스 실험이 진행된 사례가 없었고, 세포 실험 단계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와서 공유한 것"이라며 "이를 활용해서 의도적으로 어떤 이득을 취하려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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