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전례 없는 '셧다운'에 돌입했던 미국 경제가 백신 공급 이후 재개방에 속도를 내자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투자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백신 접종자들이 늘어나는 한편 마스크 착용 및 집합 규제가 한결 느슨해진 사이 이른바 '보복 소비'가 봇물을 이루는 한편 주요 기업들 사이에 재택 근무 시스템을 축소하고 사무실 복귀를 추진하는 움직임이 확산되자 투자자들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샌프란시스코의 고층 건물들 [사진=블룸버그] |
팬데믹이 몰고온 한파에도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 가격 하락 폭이 2008년 서브프라임(비우량) 모기지 사태 당시보다 작았고, 압류 건수 역시 완만하게 늘어나는 데 그치는 등 강한 저항력을 보였다는 평가다.
18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기금과 사모펀드를 포함한 월가의 큰손들을 중심으로 상업용 부동산 투자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제 활동 재개가 속도를 내는 데다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크게 고조되면서 부동산 투자 매력이 한층 높아졌다는 해석이다.
시장조사업체 그린 스트리트에 따르면 지난해 5월 120.1까지 후퇴했던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 지수는 올해 4월 128.2로 뛰었다. 지수는 지난해 1월 135.4로 최고치를 찍은 뒤 팬데믹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수직 하락했다.
상업용 부동산 가격 지수는 2007년 8월 가격을 100으로 기준점 삼아 매년 가격 수준의 등락을 반영한다.
지난해 7월 이후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7% 반등한 가운데 전세계 연기금을 필두로 기관 투자자들이 비중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움직임이다.
경제 정상화가 이제 시작 단계인 만큼 관련 부동산 가격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열려 있고, 지난해 3월 이후 주식을 포함한 금융 자산이 가파르게 뛴 데 반해 부동산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상황도 투자자들의 '입질'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2% 급등, 인플레이션 쇼크가 고조된 상황도 투자자들을 부동산 시장으로 유인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머신 인베스트먼트 그룹의 에릭 로젠달 파트너는 WSJ과 인터뷰에서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부동산 자산을 인플레이션 헤지 전략으로 선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조사 업체 프레킨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사모펀드 업계의 현금 자산 규모는 3560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09년 말에 비해 두 배 높은 수준이다.
최근 호데스 웨일 앤 어소시어츠와 코넬 대학이 공동으로 실시한 서베이에서 이들 펀드 업계의 매니저들 중 29%가 상업용 부동산 투자를 앞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웨덴의 연기금 펀드인 알렉타는 부동산과 인프라를 중심으로 하는 대체 자산 투자 비중을 12%에서 20%로 확대했고, 그 밖에 연기금과 사모펀드도 같은 행보를 취하고 있다.
특히 사모펀드 업체 KKR이 지난 3월 샌프란시스코의 오피스 건물을 11억달러에 매입, 10여년래 최고가 매매 기록을 세웠다.
주식과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뛴 데 따라 기관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이 상승했고, 이에 따른 분산 압박도 부동산으로 자금을 몰아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관련 채권 매입 열기도 뜨겁다. 밸리 내셔널 뱅크의 뉴욕과 뉴저지 상업용 부동산 책임자인 크리스토퍼 코일리는 "상업용 부동산의 부실 채권을 매입하기 위한 문의 전화가 꼬리를 물고 있지만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