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들, 작년부터 ESG 경영 본격화…환경분야 정책 우선 실행
ESG 채권 발행도 '봇물'…KB 총 8조원·신한 6조원 규모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우선하는 전세계 경영 트렌드에 발맞춰 국내 금융권도 ESG 경영을 구체화 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NH·신한·우리·하나 등 국내 5대 금융지주들은 모두 그룹 내 별도의 ESG위원회를 설립하고 관련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등 ESG 경영 실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이들 대형 금융지주들은 환경 개선을 위한 경영 전략을 중점적으로 실현해 나가는 모양새다.
20일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등 ESG 추진위원회에 참석한 그룹 임원들이 '제로 카본·제로 퓨얼'을 선언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신한금융그룹) |
신한금융그룹은 최근 '제로 카본·제로 퓨얼(Zero Carbon·Zero Fuel)'을 선언하고 오는 2030년까지 그룹 내 업무용 차량 6만3000여대를 모두 전기차나 수소차 등 무공해 차량으로 바꾸기로 했다. 전환실적은 매년 ESG보고서 발간을 통해 공시한다.
신한금융은 그룹 차원의 ESG 경영 전략 실천을 위해 신한은행과 신한카드의 우수사례를 이처럼 확대 적용키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다른 국내 대형 금융회사들도 ESG 경영을 위한 적극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신한을 포함한 KB·NH·우리·하나 등 국내 5대 금융지주들은 모두 ESG위원회를 별도로 신설해 맞춤 ESG 전략을 수립했다.
KB금융은 작년 3월 국내 금융사 최초로 이사회 내에 ESG위원회를 설치했다. 해당 위원회는 지난해 세 차례 회의를 연 가운데 석탄화력발전 건설 신규 투자 중단 등 굵직한 정책을 내놨다. KB금융은 이외에도 그룹차원에서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 등 각종 국제적 협의체에 참여하며 ESG 경영체제를 구축해 나가는 상황이다.
NH농협금융 등도 '탈석탄 금융'에 나섰다. NH농협금융은 지난 2월 탈석탄 금융 선언을 하고 '녹색금융'을 실현한다는 목표로 구체적인 전략 수립에 나섰다. 이는 지난해부터 ESG 합동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한 데 이어 지난달 이사회 내에 '사회가치 및 녹색금융 위원회'를 신설을 바탕으로 했다.
NH농협금융은 또한 3월 ESG 역량 강화를 위해 국내 최초 환경전문 공익재단을 운영하며 수소경제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한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한 바 있다.
하나금융도 마찬가지다. 하나금융은 2050년까지 그룹 사업장 탄소매출량을 '0'으로 만들고 석탄 프로젝트금융(PF) 잔액 역시 '0'으로 만들기 위한 '제로 앤 제로(ZERO & ZERO)' 전략을 세웠다.
하나금융은 이들 전략 포함 △저탄소 경제체제 이행 촉진 △금융을 통한 사회적 기여 확대 △ESG 경영 투명성 제고 및 지속가능경영 의사결정 체계 구축이라는 3대 핵심전략 방향을 설정하고 이에 따른 9대 핵심과제를 정해 이를 단계적으로 이행해 나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금융의 경우 은행이 작년 7월, 카드가 올해 3월 등 국내 금융사 최초로 국제표준 환경경영을 인증 받았다. 또 작년 3월 이사회 내 ESG경영위원회와 함께 그룹 회의체인 '그룹ESG경영협의회'를 신설하며 그룹 내 ESG 경영활동을 위한 협조 체계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금융회사의 ESG 경영은 관련 채권 신규 발행 등 자금조달 시장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KB금융의 국내외 ESG 채권 발행 규모는 전 계열사 포함 약 8조원대로 국내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최대 수준이다. 신한금융이 6조2000억원대로 뒤를 이었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3조3880억원, 2조 1350억원 상당 ESG 채권을 발행했다. NH농협의 ESG 채권 발행 규모는 7100억원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채권 발행 등을 통한 금융회사의 ESG 영업 전략은 기업의 자금조달 과정에서 지속가능 경영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상당히 의미있는 움직임"이라면서도 "금융회사들의 ESG 경영이 단순 구호에만 그치지 않도록 내부적으로 구체적인 실현과제를 세워 이를 실행해 나가는 작업이 필수적"이라고 언급했다.
또 "우리나라에선 금융회사를 포함한 기업들의 ESG 경영 선례가 없는 반면 최근들어 크게 이슈화 되다보니 상대적으로 우선 접근이 쉬운 환경 분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이는 기업들이 향후 ESG 경영 전략을 실행해 나갈 때 고려해야 할 방향"이라고 조언했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