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군사법원 "신체접촉만으로 곧바로 추행되는 건 아냐"
대법원 "피고인 인정한 행위만으로도 성적수치심"…파기환송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부하를 강제로 업고 뒤에서 끌어안는 등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육군 장교가 군사법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으나, 대법원이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육군학생군사학교 정훈공보실장 A씨에게 무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2017년 정훈공보실에서 근무하던 하사 B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군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7월 피해자에게 "너와의 추억을 쌓아야겠다. 너를 업어야겠다"고 하면서 갑자기 손을 잡아끌고 어깨 위에 올렸다.
같은 해 8월에는 충북에 있는 한 삼림욕장에서 B씨가 물에 들어가는 것을 거절하자 뒤에서 안아 들어올렸다. 같은 날 저녁에는 야구 스윙을 가르쳐준다는 명목으로 뒤에서 손을 잡고 안는 식으로 강제추행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키를 재보자고 하면서 등 뒤에 세워 엉덩이가 닿은 상태에서 B씨의 머리를 쓰다듬기도 했다.
하지만 군사법원은 "상관인 피고인이 부하인 피해자의 신체를 접촉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추행이라고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원심은 "피해자의 진술 중 범행 전 상황이나 후의 정황 등에 대한 부분이 객관적 상황과 일치하지 않고 다소 과장되어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며 "피고인의 행위는 모두 객관적으로 자연스러운 신체접촉이 예상되는 상황이고, 성별차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연스러운 신체접촉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현저히 침해하는 행위라거나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강제적이라고 느낀 부분은 신체 접촉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연출하는 피고인의 행동이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도 이로 인해 수반되는 신체 접촉행위에 대한 별도의 폭력성을 진술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성적 수치심을 야기하는 다른 추행행위를 한 사실은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사진=뉴스핌DB] |
대법원은 이같은 군사법원 판결에 잘못이 있다며 다시 판결하라고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신체 접촉행위는 인정하고 있는데, 이는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에 해당하며 그로 인해 피해자의 성적자유를 침해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추행행위의 태양이나 경과, 당시의 정황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행위는 추행에 해당하고 그 고의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이 부하인 피해자에게 업힐 것을 요구하거나 물 속으로 들어오게 하거나 키를 잴 것을 요구하는 등 피해자의 신체를 접촉하는 행위는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게 할 수 있다"며 "피해자가 즉시 항의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이 행위에 대해 부정적 감정을 담아 휴대전화에 기록하고 동료 군인들에게 그 사정을 말했다"고 말했다.
또 "공소사실 이외에도 피해자에게 수면실에서 함께 낮잠을 자자고 하거나 단둘이 식사할 것을 요구하는 등 업무 관계 이상의 관심 또는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냈다"며 "이에 비춰 피고인의 행위는 성적 만족을 얻으려는 목적 하에 이루어졌다고 충분히 추단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adelante@newspim.com